오바마 “쿠바, 잘 지냈어요” SNS 인사… “88년 전 사흘 걸렸지만 난 3시간만에 와”

입력 2016-03-21 21:39 수정 2016-03-22 01:27
쿠바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가족이 20일(현지시간)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비가 내리는 수도 아바나 옛 시가지를 돌아보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작은딸 사샤와 장모 마리안 로빈슨, 부인 미셸 여사와 오바마 대통령, 큰딸 말리아. AP뉴시스

미국 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전용기에서 내리기 전 트위터를 통해 쿠바식 스페인어로 “쿠바, 잘 지냈어요?(Que bola Cuba?)”라고 인사했다. 방문길에는 미셸 오바마 여사와 두 딸인 말리아와 사샤, 장모인 마리안 로빈슨, 그리고 40명의 의원과 제록스, 매리엇, 페이팔, 에어비앤비 등 10여명의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동행했다. ‘야구 외교’를 보여주듯 흑인 최초로 브루클린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야구선수 재키 로빈슨의 유가족도 오바마 대통령을 따라 내렸다.

방문 첫날 오바마 대통령은 숙소에서 쿠바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들과 만나 “쿠바 국민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은 전함을 타고 3일 만에 이곳에 왔지만 난 3시간밖에 안 걸렸다”며 웃기도 했다.

대사관 직원들을 만난 이후에는 가족들과 함께 빗줄기가 굵어진 아바나 구시가지를 도보로 둘러봤다. 대성당을 찾아 양국의 국교 회복 과정에서 비밀회담을 주선했던 하이메 오르테가 추기경도 만났다. 대성당 앞 광장에는 수백명의 아바나 시민들이 모여 박수를 치며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을 연이어 외쳤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대(對)쿠바 금수조치 해제, 쿠바 인권문제 등 양국관계 정상화 추진 상황과 관계 진전의 걸림돌이 되는 현안들을 점검하고 진전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폭스뉴스의 중남미권 서비스인 폭스뉴스 라티노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0일 쿠바에서 수감 중인 정치범 부인들의 모임인 ‘레이디스 인 화이트(Ladies in White)’에 보내는 편지에서 카스트로 의장에게 인권 문제를 직접 꺼낼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아바나 대통령궁에서 카스트로 의장이 주최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에는 아바나의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에서 국영TV로 생중계되는 대중연설을 하고, 쿠바 야구 국가대표팀과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탬파베이 레이스 간 시범경기를 관람할 예정이다. 쿠바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반정부 인사들을 무더기로 체포하고 감시를 강화하는 등 사전정지 작업을 벌였다. 쿠바 경찰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몇 시간 앞두고 레이디스 인 화이트 회원 등 반정부 인사 수십명을 연행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조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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