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님, 전통시장 미니 면세점 어때요

입력 2016-03-21 21:33
‘1000만 유커(중국인 관광객) 시대’를 앞두고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들을 전통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며 미니면세점 운영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전통시장 활성화 보완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에 업계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와 서울청사에서 영상회의로 진행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통시장이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보완 대책을 마련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전통시장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다.

중소기업청이 이날 발표한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니면세점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 형태의 시내·공항면세점이 관세청 특허를 받아야 하는 사전면세점이라면 미니면세점은 각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한 뒤 공항에서 세금을 돌려받는 사후면세점이다. 중기청은 관세청과 협의해 외국인 관광객이 물건을 구매하면 매장에서 곧바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시장 상인들은 관광객 신분 조회 시스템을 갖춰 관세청에 등록하면 영업할 수 있다.

정부는 미니면세점이 시내면세점과 백화점만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전통시장으로 유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유커 10명 중 7명은 시내면세점을 찾고 있다.

이와 함께 중기청은 관광공사와 협업해 관광지와 전통시장을 연계한 ‘맞춤형 투어상품’을 내놓고 글로벌 야시장도 현재 12곳에서 2017년까지 4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전통시장 인근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청년몰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온누리상품권 1조원 판매목표도 당초 2017년이었던 것을 올해 안에 조기 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에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서울의 한 시장 상인회장은 “유커들이 찾는 시장은 남대문·동대문시장이나 요즘 뜨고 있는 광장시장 정도”라며 “그런 정책이 있다고 일부러 동네 시장을 찾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내면세점을 찾던 단체 여행객들이 정부 정책 때문에 갑자기 시장을 찾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시내면세점을 운영하는 대기업 관계자는 “유커가 한국을 찾는 목적은 쇼핑이다. 한국 화장품이나 명품 등 구매할 품목도 정해져 있다”며 “시장엔 버스가 들어갈 수도 없고 비가 오면 이동도 어려워 시장에 가더라도 시내면세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도 “시내면세점들은 여행사 가이드에게 수수료를 주고 있다. 수수료를 챙겨주지 않는 시장을 여행사들이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