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내홍 어디로… 친노·범주류, 참았던 분노 한꺼번에 분출

입력 2016-03-21 22:02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오후 이종걸 원내대표와 만난 뒤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셀프 공천’과 비례대표 후보 자질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더민주는 21일 오전부터 김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비대위를 열고 공천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논의를 장시간 진행했다. 비대위가 절충안을 마련하고 김 대표의 동의를 구하느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던 중앙위원회는 오후 5시로 연기됐다가 결국에는 3시간 뒤인 8시가 돼서야 열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중앙위에서는 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 부임 이후 잠복했던 친노(친노무현) 진영 등 주류 의원들의 불만도 수면 위로 터져 나오는 분위기다. 친노 및 범주류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그간 ‘김종인 체제’를 존중하는 태도를 취해 왔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당을 이끌 책임을 걸머진 김 대표의 ‘역할’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터져 나오자 그동안 참았던 불만을 한꺼번에 폭발시켰다.

김광진 의원은 교통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김 대표의 셀프 공천은) 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처사”라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가 비례대표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너무 다른 상황이다. 입장 변경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줘야 한다”고 했다.

신경민 의원도 트위터에 “셀프 공천에서는 사려도, 명분도, 절박감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욕심만 보인다”며 “(김 대표는 비례대표 순번) 20번으로 가거나 내려놔야 유권자 설득이 가능하다”고 적었다.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보자들을 두고서도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박병석 원혜영 유인태 이석현 정세균 추미애 의원 등 중진들은 성명을 내고 “여러 논란으로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게 분명한 후보자들에 대해선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도 잇달아 열렸다. 청년 비례대표에 도전한 후보들과 당 ‘을지로위원회’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당 전국농어민위원회는 “사회적 약자와 민생 전문가들을 (당선 가능성이 낮은) C그룹에 들러리 세웠다”는 내용은 성명을 내놨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민주주의국민행동 역시 비례대표 공천안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는 이날 오전 당원 10여명이 김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며 대표실 강제 진입을 시도해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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