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미아’ 劉의 선택은… 무소속 출마 여부에 촉각

입력 2016-03-21 21:59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지지자가 21일 대구 동구에 위치한 유 의원 선거사무소에서 스마트폰으로 유 의원 관련 뉴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로부터 자진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의원에게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한구 위원장이 이끄는 공천관리위원회가 21일에도 유 의원 공천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또다시 미루면서다. 경선은 시간상 불가능해졌고 공관위가 유 의원을 단수추천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라도 선거에 출마하려면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24일 전에는 탈당해야 한다.

공관위는 오래전 유 의원을 컷오프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었다. 하지만 여론의 역풍 등을 감안해 유 의원 스스로 결단을 내리라며 결정을 미뤘다. 불출마 하든가, 당을 나가든가 알아서 하라는 거였다. 유 의원은 공천을 신청한 이상 당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버텼다. “혼자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측근 의원들의 요청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 의원도 마냥 버틸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등록 기간 중 당적을 이탈·변경하면 해당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어서다. 공관위가 후보자 등록 하루 전인 23일까지도 유 의원 공천을 결정하지 않으면 유 의원은 무소속 출마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 유 의원 측 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3일 밤까지 결론이 안 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유 의원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소속 출마로 좁혀지는 형국이다.

친박 내부에선 어차피 유 의원을 탈락시킬 거였다면 진작 했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유승민 공천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정작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후보들이 경선에서 줄줄이 패하는 등 제 발등을 찍었다는 얘기다. 수도권 유권자들의 민심 이탈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미운 놈 한 명 내쫓으려다 수도권 선거 전체를 망칠 수 있다”고 했다.

낙천한 유승민계 의원들의 연대 움직임이 가시화될지도 주목된다.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권은희(대구 북갑) 의원이 이미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류성걸(대구 동갑) 의원도 “주민들의 뜻을 물어 다른 길을 가고자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관위 결정을 수용하는 듯했던 권 의원의 무소속행은 연대의 신호탄으로도 해석됐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유 의원과 상의 없이 혼자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선 참여가 좌절된 김희국(대구 중·남) 의원은 공관위 결정에 이의를 신청한 상태다. 유 의원과 가까운 이종훈 의원의 공천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의원의 지역구(경기 성남 분당갑)는 김무성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보류한 단수추천지역 중 한 곳이다.

공천 탈락한 비박(비박근혜)계 임태희(경기 성남 분당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불의가 판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동지들이 침묵하고 있다”며 유 의원을 두둔하고 나선 것도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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