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위는 시간끌고 지도부는 방관하고 ‘유승민 고사작전’… 새누리, 劉 거취 놓고 뒤숭숭

입력 2016-03-21 21:59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지지자가 21일 대구 동구에 위치한 유 의원 선거사무소에서 스마트폰으로 유 의원 관련 뉴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 3일 전인 21일까지도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 공천 문제를 매듭짓지 않았다. 집권여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와 공천관리기구 모두 ‘유승민 고사(枯死)작전’에 대한 비판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국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어 공관위의 공천 심사 결과 및 주요 지역 경선 결과 등에 관해 논의했다. 하지만 2시간 넘게 이어진 회의에서 유 의원 공천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간간이 문틈으로 고성이 새어 나오던 지난 회의 때와는 달리 이날 회의는 전반적으로 차분해 보였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유 의원 공천 여부는 전적으로 공관위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했고, 서청원 최고위원도 “(유 의원 공천 문제는) 공관위에서 논의한 다음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공관위에 공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유 의원 문제에 대해 “그 부분은 보류된 단수추천 지역 5곳 문제와 함께 내일 같이 테이블에 올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유 의원에 대해 노골적인 사퇴 압박에 나선 가운데 공관위는 밤늦게까지 이어진 회의에서도 유 의원 공천에 대해 이렇다 할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공관위원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여의도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선 비례대표 심사가 급해서 (유 의원 공천 문제는) 간헐적으로만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유 의원 공천 여부가 총선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했지만 비례대표 심사와 남은 경선 결과가 더 시급하다고 한 셈이다.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유 의원 공천 문제는) 폭탄인데 얘기가 진지해야 한다”며 “폭탄을 잘 만져야지, 잘못하면 터진다”고 했다.

시간을 끌며 유 의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공관위와 직접적 언급은 피하면서도 방관하는 지도부의 모습은 지난해 7월 유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날 때 모습과도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유 의원은 당시 야당과의 국민연금 인상, 국회법 개정 등의 협상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으면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국무회의에서 직접적인 비판을 받은 지 13일 만에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15일 유 의원 측근들이 대거 컷오프(공천배제)된 ‘3·15 공천학살’ 이후 당 안팎에서는 역풍을 우려해 유 의원 지역구를 경선 지역에 포함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유 의원에게 남은 것은 단수추천 또는 컷오프뿐으로 보인다. 박 사무부총장은 “사전 여론조사를 해놓은 게 있기 때문에 굳이 여론조사를 안 해도 결정할 수는 있다”며 “그 자료를 보고 단수추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유 의원 지역에 아무도 공천하지 않는 ‘무공천’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공천을 안 했다가 당선되는 사람을 입당시킨다는 것으로,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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