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사랑스럽다. 아직 섹시댄스도 잘 모르고 화려한 연예인을 무작정 동경하는 것도 아니다. 맑은 목소리, 놀랍도록 뛰어난 재주, 순수한 마음, 개구쟁이 같은 모습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한다. 엠넷 뮤직쇼 ‘위키드(WeKid·사진)’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있다. 시청률은 0.5% 정도로 높지 않지만 많은 이들이 ‘힐링 예능’으로 꼽고 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경쟁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다른 오디션 프로와 달리 1대 1 경쟁은 없다. 개인 간 경쟁을 통한 ‘동심 파괴’ 논란은 애초에 차단했다. 그렇다고 경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위키드에 출연하기 위해 이미 4000여명의 아이들이 예선에 도전했다. 탈락의 쓴 잔을 맛 본 아이들이 4000명 안팎이란 소리다.
최종 선발된 17명(1명 중도 하차)의 아이들은 세 팀(타이거JK, 박보영, 유연석 팀)으로 나뉘어 합창을 하고 동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최종 선발된 아이들도 관객의 ‘선택’에 따라 미션의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은 흐뭇함을 선사하고 있다.
다만 이 프로그램이 ‘아이들’과 ‘동심’에 방점이 찍혔는지는 의문이다. 먼저 방송 시간이 의아하다. 5∼12세 아이들이 출연하는데 방송 시간이 오후 9시40분이었다. 지난 17일 방송부터 오후 8시30분으로 당겼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보기엔 늦은 시간이다. ‘12세 이상 관람가’라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오디션 특유의 ‘사연 팔이’도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아이들의 목소리와 노래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구구절절한 사연이 함께 나온다. 부모 동의를 얻은 것이겠지만 아이들의 가슴 아픈 가족사 등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되기도 한다.
‘악마의 편집’ 논란도 빠지지 않고 있다. 건강 문제로 하차한 아이의 사연을 보여주는 방식이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는 비판이다.
타깃 시청자는 아이들을 보며 위로 받길 원하는 어른들인 셈이다. 보는 이들은 즐겁고 위로받을 수 있지만 묘한 경쟁을 해야 하는 아이들도 그럴지는 의문이다. 아이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수정 기자
‘아이들’ 아닌 어른 위한 ‘힐링 예능’?… 해맑은 동심의 세계 보여주는 엠넷 뮤직쇼 ‘위키드’
입력 2016-03-2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