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등 4개 대학이 인접한 신촌 일대는 2000년대 전반까지 서울의 대표적인 상권이었다. 젊음과 낭만을 상징하는 거리였고 20, 30대 대학생·직장인들의 아지트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대학가의 활력은 사라지고 직장인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여기에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기존 상인들이 내쫓기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까지 겹쳐 신촌 상권은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반면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사이에는 2000년대 후반부터 젊은 창업자들이 모이면서 ‘창조경제 중심지’로 부상했다. 홍대·합정 지역에 들어선 주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만 30곳이 넘는다. 1990년대부터 대표적인 벤처 창업의 중심지였던 테헤란밸리나 G밸리보다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이다.
신촌 홍대 합정 등 이른바 ‘신홍합’(신촌역-홍대입구역-합정역 주변지역) 일대가 뜨는 이유는 대학가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가 아이디어 창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연구원은 신홍합 일대 발전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산업적으로도 디자인, 출판, 예술, IT·모바일 등 여러 산업이 다양하게 혼재돼 산업 간 융합 발전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화여대 정문 오른쪽 두 번째 골목인 ‘이화 스타트업 52번가’도 지난해까지는 빈 점포가 즐비했었다. 그러나 올 들어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 등이 문화 콘텐츠와 패션 소품 등 창업 아이템을 들고 입주하면서 골목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52번가 ‘E·꼼빠뇽’에서 크래프트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김윤이(27·대학원생)씨는 21일 “청년 창업 점포들이 문을 열면서 골목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죽었던 상권도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사례를 토대로 대학이 밀집한 신홍합에 청년창업 인프라를 확충해 창조밸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 4월 마포구 한국산업인력공단 부지에 ‘서울창업허브’가 문을 연다. 서울창업허브는 현재 강남, 용산에서 운영 중인 시 청년창업센터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300여개 이상 입주공간도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다.
또 서대문구 연세로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3층 모텔(연면적 348.6㎡)을 매입해 예비·초기 창업가 등에게 제공하는 ‘창업모텔’(가칭)이 내년 상반기에 첫선을 보인다.
아울러 청년들이 언제든 회의실과 사무기기 등을 이용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울창업카페’ 신촌점(133㎡)이 서대문구 창천동 지하보도에 들어선다. 구글캠퍼스, 무중력지대와 같은 청년창업 네트워크 공간도 마포구 ANT빌딩에 조성돼 18일 개관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청년 스타트업과 유망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설명회 방식의 ‘데모데이’를 대학 캠퍼스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2일 신홍합 지역 4개 대학 총장과 만나 ‘청년 일자리 창출 및 신홍합 지역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신홍합<신촌·홍대·합정>’ 가면 청년창업 보인다
입력 2016-03-21 2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