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선물거래? 알고보니 인터넷 도박사이트

입력 2016-03-21 21:30
100억원대 인터넷 도박판을 굴리던 조직이 말단 조직원의 ‘복수 문자’에 일망타진됐다. 경찰을 사칭한 문자메시지로 회원들만 이탈시키려던 복수극은 ‘진짜 경찰’의 수사로 이어졌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145억원대 인터넷 주식선물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46억원을 챙긴 혐의(도박개장과 자본시장법 위반)로 총책 김모(42)씨 등 20명을 검거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김씨와 인터넷 증권방송 대표이사 이모(35)씨를 구속하고, 고객관리 이사 김모(43)씨와 콜센터 상담원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4년 10월부터 이달 9일까지 서울·경기 주거지와 오피스텔에서 선물거래 방식을 베낀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씨가 운영하는 증권방송 사이트에 개인방송을 개설하고 회원을 모집했다. 모델료 2300만원을 주고 중견가수 사진을 홍보에 사용하기도 했다.

정작 수익률이 높게 나오는 일부 ‘선수’에게는 해당 사이트가 불법이고 단속 대상임을 강조하거나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당했다며 탈퇴하도록 만들었다. 이 사이트의 회원 대부분은 손해를 봤다. 지난해 9월에는 5000만원 정도 날린 회원이 자살을 하기도 했다.

매월 1억원을 챙긴 총책 김씨는 이 돈으로 수도권 아파트 4채를 사들이고 최고급 승용차를 몰았다. 신용불량자인 그는 집 안에 대형금고를 두고 3억1000만원을 현금으로 보관했다. 콜센터 직원도 월평균 최소 450만원을 받았고, 간부급은 2000만원 넘게 가져갔다. 김씨는 지난 9일 체포될 당시 경찰이 금고에서 5만원권 다발을 발견하자 “(현찰을) 다 가져가는 대신 딜(거래)을 하자”며 부당거래를 제안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10월 고객상담원으로 일하다 그만둔 조모(40)씨 때문에 발각됐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그는 고졸 학력인 총책에 무시당한 데 화가 나 복수를 결심했다. 회원들에게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 IT금융범죄수사팀’을 사칭해 ‘단속대상이니 투자금을 회수하라’는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발송했다. 경찰은 쏟아지는 문의전화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