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 인권도 없는 학원 광고… 성적표·개인정보 노출, 퇴원 학생에 조롱 글

입력 2016-03-21 21:32 수정 2016-03-22 17:17
경기도 평촌 한 학원의 실내에 고교 2학년인 학생들의 성적표가 그대로 담겨 있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위 사진). 인근 A학원은 강제 퇴원시킨 학생의 신상정보와 함께 조롱하는 것 같은 내용을 적은 안내문을 게시판에 붙였다(가운데 사진). 서울 목동 C학원 건물 외벽에 나붙은 현수막에는 대학에 입학한 학생의 이름과 함께 ‘탈북학생’이라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수능까지 달리던가, 중도포기로 깔아주던가. 선택은 네가 하렴. 2월 12일 강제퇴원 확정. 정○○’(△△고3)

경기도 평촌의 A학원 건물 내부 게시판엔 ‘강제퇴원’을 당한 학생 이름과 학교가 담긴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수업태도가 불성실하고 과제를 하지 않았다는 게 강제퇴원의 이유였다. 안내문엔 학생을 조롱하는 문구나 ‘악담’까지 담겼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달 서울 강남·노원·목동, 경기도 분당·수원·안양·일산,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10곳의 학원가를 돌며 선행학습을 부추기고 성적표나 개인정보까지 공개하는 ‘나쁜 광고’ 400여건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학원들은 학생의 인권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자기 학원의 교육방식을 강조하거나 성과를 홍보하면서 개인정보를 거리낌 없이 공개했다.

경기 평촌에 있는 B학원은 ‘마녀스쿨’을 표방하며 ‘목숨 건 강의, 공포의 관리’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수칙을 홍보했다. ‘1분 지각하면 집으로 보내고 세 번 결석하면 퇴원시킨다’는 문구도 광고판에 함께 새겨져 있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C학원은 학생 이름, 나이, 합격한 대학 학과와 함께 ‘탈북학생’이라는 민감한 신상정보까지 적힌 현수막을 건물 외벽에 붙이기도 했다. 이 학원은 지난해에도 이런 현수막을 붙여 지적을 받았지만 현수막 크기와 위치만 바꿨다.

서울 노원, 경기 분당 등의 대다수 학원은 내신, 학력평가 성적표를 그대로 노출했다. 경기 분당에서는 학교에서도 밝히지 않는 전교 석차를 임의로 가공해 현수막으로 내건 학원도 있었다. 경기 수원의 D학원은 불특정 다수가 보는 옥외 LED 전광판에 학생 이름과 학교, 점수, 등급을 모두 드러나게 했다. 경기 수원의 E학원은 신상정보와 함께 초등학생들의 사진까지 게시하고 있었다. 학원 게시판에 걸리는 퇴원 경고장도 문제다. 경기 분당의 F학원에선 개인정보가 담긴 1, 2, 3차 경고장을 복도 벽면 전체에 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학원들이 도를 넘고 있지만 마땅한 제지수단이나 처벌 규정이 없는 형편이다. 조례로 학교, 학원 등이 특정대학 합격 등 입시실적 현수막을 외부에 게시하는 걸 막고 있는 곳은 서울시교육청과 전북도교육청뿐이다. 이마저도 처벌 규정은 따로 없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이런 광고들은 학생의 인권과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비교육적·비인권적 관행”이라며 “학원법에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학원광고를 금지하고 어길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