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테러와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등 안보 불안으로 터키를 지탱해 온 관광산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관광객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터키를 주요 관광지로 선호해 온 한국인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21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터키 관광 예약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절반 이상 줄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지난해가 1000명 정도라면 현재는 400∼500명이라고 보면 된다. 예약 자체가 안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나투어는 “이번 달의 경우 전년 대비 예약이 15%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관광업계는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최근 관광객을 겨냥한 테러가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 잇따라 터지자 크게 긴장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17일 터키 앙카라와 이스탄불에 대한 여행경보를 현재 1단계인 ‘여행유의(남색경보)’에서 2단계인 ‘여행자제(황색경보)’로 상향했다.
연간 5% 안팎의 성장률이 최근 3%로 떨어지는 등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터키에 관광업은 생명줄과 같다. 관광업은 터키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하며 전체 취업인구의 7%인 100만여명이 관광업에 종사한다. 임시직·파트타임 종사자까지 감안하면 관광업의 비중은 공식 통계치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 이후 터키를 찾는 관광객 수와 관광수입은 꾸준히 성장했다. 2014년 터키가 관광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343억 달러(약 40조원)로 2001년의 세 배였다. 연간 평균 3500만∼3600만명의 관광객이 터키를 찾는다. 마스터카드는 2012년 이스탄불을 세계 5대 관광지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우선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등에서 폭탄 테러가 8개월간 6차례나 발생했다. 테러 주체도 하나가 아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족 반군단체가 번갈아 가며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터키의 최대 도시 이스탄불 중심가에서 19일(현지시간) IS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로 5명이 사망한 데 이어 20일 추가 테러 위협으로 터키 프로축구 라이벌전이 전격 취소되는 등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시리아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의 갈등도 더해졌다. 터키 관광의 2대 큰손인 러시아 관광객은 올 들어 80% 이상 격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여름 터키 관광 예약이 지난해에 비해 40% 줄었고 호텔 객실점유율은 절반 이상 줄었다면서 호텔과 민박집, 고급 리조트 등 수백 곳이 매물로 쌓이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리조트를 매각하려는 보라 아달리(35)는 “정말 심각하다. 그 파장은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포스트는 지난 6개월간 테러로 약 3000명이 사망했다면서 터키는 사실상 전쟁 중이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배병우 선임기자, 조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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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대국 터키… 테러에 휘청
입력 2016-03-2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