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멈춘다고 경제·민생까지 멈춰선 안돼”… 朴 대통령, 정치권 정면비판

입력 2016-03-21 21:56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을 향해 “본인 정치를 위해 나라와 경제 시계를 멈추고 있다”고 비판한 뒤 “총선 기간에도 경제 원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영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4·13총선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과 내분이 계속되는 정치권을 향해 다시 한번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3월 임시국회가 시작됐음에도 아직 의사일정도 잡지 못하며 고유 권한인 입법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여야를 ‘각자의 정치’만 하고 있다며 비판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각자 정치만 한다면 그만큼 잃어버린 시간이 될 것” “항상 공허함으로 남는 게 현실정치” “본인 정치를 위해 나라와 경제 시계를 멈추고 있다” 등의 표현을 쓰며 정치권을 성토했다. 정치권이 ‘본인들을 위한 정치’만 하는 바람에 정작 ‘국민을 위한 정치’는 희생되고 있다는 의미다.

박근혜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오던 개혁과제의 법적 기반인 노동개혁 4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법안 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정부가 시급히 처리를 요청한 법안 통과는 요원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한 것은 3·1절 기념사에서 국회에 “직무유기”라고 직격탄을 날린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금의 정치권을 ‘각자 정치’ ‘본인 정치’라고까지 규정한 것은 선거에서 국민들이 나서서 심판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건 민생”이라며 “지금 선거 때문에 많은 게 멈춰서 있지만 정치가 멈춘다고 경제도 멈추고 민생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을 위한 정치만이 나라를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고 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이) 멈춰서 있다”는 취지로 7차례나 언급하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여당 내 공천 갈등 등 특정 사안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우리 정부의 준비태세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가 채택된 지금도 최근 김정은이 핵탄두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시했듯 끊임없이 무모한 도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런 국제사회의 제재안들이 채택되지 않았다면 북한은 더욱 무모한 도발을 강행했을지 모른다. 지금은 한반도 앞날에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또 오는 25일 ‘서해 수호의 날’에 대해선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에 맞서 목숨을 바친 호국용사들을 기리면서 북한의 도발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안보 결의를 다지는 날”이라고 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직접 언급하며 우리만의 문화 콘텐츠 개발에 힘써 달라고 참석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태양의 후예’가 우리나라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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