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김나래] 중보기도 청해온 ‘탈북 사역’ K목사

입력 2016-03-21 19:40

탈북자 구조 사역을 하는 K목사는 최근 문자를 하나 받았습니다. 지난 3년간 후원하던 교회가 3월부터 후원을 끊겠다며 양해를 구하는 문자였습니다. 새해 들어 최근까지 후원 중단을 통보한 교회와 개인 후원자가 늘면서 정기후원금 30%가 줄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 등 남북관계는 악화일로입니다. 그래서 어엿한 봄이 왔음에도 탈북자 구조 사역자들에겐 봄이 오지 않았답니다. 여전히 겨울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춥고 혹독한 겨울.

국정원이 밝힌 것처럼 북한은 여러 통로를 통해 탈북 사역자들에게 테러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K목사도 곳곳에서 ‘몸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설마 진짜 그럴까’ 싶지만 탈북자 구조 사역은 실제로 목숨을 내놓고 하는 일입니다.

현재 북한에 억류된 임현수 목사, 과거 탈북 현장에서 숨진 한국계 미국인 박재준 목사 등 많은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역을 해 왔습니다. 북·중 접경지대에서 K목사를 돕던 한 사역자 역시 최근 탈북자의 탈출을 돕다 절벽에서 떨어져 다리에 큰 상처를 입고 수술을 했습니다. 북측의 접경지대 감시와 봉쇄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탈북자 구조 현장에선 가슴 쓸어내리는 일들이 잦아졌습니다.

K목사는 21일 북한에서 남모르게 신앙을 지켜온 70대 후반의 할머니를 제3국으로 안전하게 탈출시켰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지난해 11월 사지를 넘어온 할머니는 석 달 넘게 A국에 발이 묶여 있었습니다. 북한의 위협과 어려운 재정형편 등 상황만 놓고 보면 구출 작전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 가슴에 뿌린 신앙의 씨앗을 키우며 남한에 가서 마음껏 찬양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할머니를 외면할 수 없어 모험을 감행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위험천만의 일을 하는 것일까요. 안 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지금도 현지 사역자들을 통해 구출해달라는 북한 동포들의 요청이 계속 옵니다. 제가 목사인데, 나 편하게 살자고 어떻게 이들을 외면할 수 있겠어요.” K목사는 한국교회가 북한 동포들을 냉정하게 외면하지 말고 이들을 위해 중보기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속보를 보니 김정은 정권은 오늘도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밉지만 고난 받는 동포들과 그들을 돕기 위해 자청해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탈북 사역자들을 위해 기도할 때 비로소 한반도에 봄날이 오지 않을까요.

김나래 종교부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