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민주 ‘비례 갈등’ 추한 세력다툼으로 가지 말아야

입력 2016-03-21 17:28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비례대표 후보 2번과 일부 후보들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중앙위원회가 반발한데 이어 김 대표도 “그 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발끈했다. 더민주는 그동안 공천이 엉망인 새누리당보다는 비교적 변화를 위해 노력해 왔던 것으로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막판 비례대표 후보 선정과 관련된 갈등이 노출됨으로써 공천이 매끄럽게 끝날지 다소 불투명하게 됐다. 비례대표 갈등은 지역구 공천 과정에서 누적된 당내 세력 간 불협화음이 한꺼번에 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이 비례대표 의원이 되는 것이나, 교수 등 새로운 얼굴들을 수혈하는 것이 낡은 운동권당(黨)을 탈피하고 지속적인 변화를 위해 꼭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더라도 비례대표 상징성이 있는 2번을 ‘셀프 공천’하거나 여러모로 봐도 그동안 쌓아온 제1야당의 역사·정체성과는 상충되는 인물들이 선정된 것은 문제가 있다. 본인도 이런 것들에 대해 저항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반대 예상 세력들에 대해 변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적극 설명하거나, 그들이 반발하지 못할 명분을 내세워야 했다. 그런 절차 없이 밀어붙이니 오만하다는 지적과 함께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중앙위 반발은 공천 과정에서 기득권이 침해당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권 방식, 구시대적 야당 기질, 친노 세력의 불만 등이 어우러져 김종인식 개혁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런 반발은 결과적으로, 현실적으로 변화를 가로막으려는 움직임으로 규정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김종인 세력과 친노 세력이 조만간 거대한 파열음을 낼 것이라는 예상들이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제1야당은 지리멸렬하게 된다.

더민주는 비례대표 갈등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 중재안대로 후보 순위를 조정하거나 정체성에 심각한 흠결이 있다면 교체도 검토해야 한다. 더민주는 막판에 그릇을 깨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서로가 조심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갈등이 추한 세력 다툼으로 비화되면 개혁 몸부림도 허사가 된다는 점을 각별히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