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기독 청소년들, 군장병 위해 ‘희망 찬송’

입력 2016-03-21 19:41 수정 2016-03-22 14:02
탈북 청소년들로 구성된 두리하나국제학교 와글와글 합창단이 20일 오후 강원도 홍천군 육군 모부대 투호갈렙교회에서 위문공연을 하고 있다. 두리하나국제학교 제공

20일 오후 강원도 홍천군 육군 모부대 투호갈렙교회(이기동 목사)에서 한바탕 찬양잔치가 벌어졌다. 하얀 와이셔츠에 빨간 넥타이를 한 서울 서초구 두리하나국제학교(교장 천기원 목사) 아이들은 국군 장병들 앞에서 평소 갈고 닦은 노래와 연주솜씨를 뽐냈다.

탈북자들이 국경을 넘는 '탈북자의 눈물'이라는 영상이 나오자, 장병들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국제학교에서 합창단을 만든 건 2013년 5월이다. 이름을 정하지 못하다 수업 때 떠들며 집중하지 않는 모습 때문에 '와글와글 합창단(지휘자 안창근 전도사)'이라 부르게 됐다.

45명의 합창단 아이들은 탈북과정에서 부모가 목숨을 잃거나 정치범수용소에 갇히는 등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겪었다. 김혜송(15)양의 어머니는 돈 벌어 오겠다고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아빠는 사고로 숨졌다. 고아원에 맡겨졌는데 외삼촌이 찾아와 중국으로 탈출시켰다. 처음 만난 선교사를 따라 며칠간 산을 넘고 강을 건넜다. 라오스를 거쳐 태국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한참 뒤에 알았다. 그렇게 한국에 왔다. 소녀의 꿈은 가수다. 혜송 양은 "제가 유명해지고 TV에 자주 나오면 우리 엄마가 저를 알아보고 찾아오지 않을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합창단 아이들에게 노래는 상처를 치유하고 가슴속 깊이 간직했던 고민을 말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2012년 탈북한 한예슬(14)양은 "노래하니까 마음도 편하고 재미있다"고 했다. 남한 생활 3년차인 구기원(17)군은 "노래를 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서울말도 빨리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경희 지도교사는 "북한에는 공동체 개념이 없어 서로 자기주장만 하던 청소년들이 합창단을 통해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워간다"고 말했다.

합창단원들은 매일 예배를 드리며 믿음도 함께 쌓아가고 있다. 전국 교회와 단체를 돌면서 찬양을 하고 있고 오는 9월에는 미국 워싱턴DC와 샌프란시스코 등의 무대에서 복음을 전할 계획이다.

이기동 목사는 인사말에서 "장병들에게 힘을 준 아이들에게 감사 드린다"며 "아픔을 뒤로하고 새로운 꿈을 그리며 희망을 노래하는 와글와글 합창단의 삶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천기원 목사는 "우리 아이들은 반드시 훌륭하게 자라 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어린시절 고통을 많이 겪은 사람일수록 큰 나무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