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민재판’을 연상시키는 공개재판이 중국의 한 작은 도시에서 진행돼 논란이 뜨겁습니다. 특히 대상자가 임금체불에 항의하던 힘없는 농민공(농촌 출신의 노동자)이어서 더욱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쓰촨성 랑중시 인민법원은 랑중시 장난진에서 주민들을 동원해 ‘공개선고대회’를 진행했습니다. 총을 든 무장경찰이 양옆에 서 있고, 연단에는 피고 8명이 도열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6명은 6∼8개월 징역형에 처해졌고 비교적 죄가 가벼웠던 2명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습니다.
이들의 죄목은 “폭력의 방법으로 국가기관 공무원들의 법에 따른 집행과 공무를 방해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8월 29일입니다. 랑중시의 모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밀린 임금을 요구하던 100여명의 농민공은 근처 유명 관광지인 ‘난진관구전(南津關古鎭)’으로 몰려갑니다. 정문을 지켜서며 관광객들이 못 들어오게 막았습니다. 해산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한 경찰은 ‘인질’로 잡히기도 했습니다. 결국 3명은 현장에서 체포됐고 달아나 지명수배된 5명은 자수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중국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문제는 공개재판입니다.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비난 여론은 확산되고 있습니다. 공개재판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글도 있지만 랑중시 당서기 장젠핑을 ‘디스’하는 형식의 간접 비판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웨이보 등에는 랑중시 현장 행사에서 미녀가 장젠핑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사진 등 공무수행 중 장젠핑의 ‘권위적인’ 모습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여지없이 제목은 ‘랑중공개재판’이고 ‘정말 잘생기지 않았니’라는 조롱조 글이 달립니다.
공개재판은 불법이자 인권 유린입니다. 중국 정법대 롼치린 형법연구소장은 “중국 법에 재판을 공개하도록 한 것은 일반인의 법정 참석과 기자의 취재를 허용해 재판의 공정성을 보호한다는 의미”라면서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대중 앞에서 과시하듯 재판하는 것은 ‘재판 공개’ 취지에 어긋나며 피고인에게 수치와 모멸감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론이 좋지 않자 ‘랑중법원망’에서는 일단 기사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랑중시 정부는 지난 18일 “많은 네티즌의 질문이 있어 조사한 후 법에 따라 처리하고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랑중시에 대한 대외 이미지에 엄중한 영향을 끼쳤다”면서 “군중을 불러 법에 따른 권익 보호를 교육하기 위해 공개재판을 진행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문화대혁명식 인민재판은 사라졌지만 지방에서는 아직도 종종 공개재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광둥성 루펑시에서도 공개재판을 통해 마약사범 13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앞서 2월 산시성 징양현에서는 15명의 절도범이 공개재판을 받았습니다. 하이난대 법학원 왕린 교수는 홍콩 봉황망 기고를 통해 이번에는 흐지부지하지 말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왕 교수는 특히 “이번 대상자들이 약자인 노동자이자 특히 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면서 “좌파들은 정경 유착으로 노동자를 탄압하는 것으로 보고, 우파도 인권 보장을 무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법치(法治)를 강조하는 시진핑 주석의 중국에는 아직도 인치(人治)의 잔재가 곳곳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중국의 지도부가 비난 여론에 응답할지 주목됩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人治냐 法治냐 … 中 공개재판 시끌
입력 2016-03-2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