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8만 가구가 빚내서 빚 갚아야 한다니

입력 2016-03-21 17:28
빚에 허덕이는 한계가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가구란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가처분소득의 40%를 초과하는 가구를 말한다. 21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계가구는 158만3000가구로 3년 전에 비해 25만8000가구(19.5%) 증가했다. 전체 가구 중에서 한계가구의 비율은 2012년 12.3%에서 지난해 14.8%로 높아졌다. 7가구 중 1가구꼴인 셈이다.

한계가구의 실태는 심각하다. 가구당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은 104.7%다. 평균 금융부채 규모는 1억5043만원으로 연 가처분소득의 378.6%에 달한다. 한마디로 소득으로 빚을 갚을 수 없어 빚을 갚기 위해서는 다시 빚을 내거나 자산을 처분해야 될 상황이다.

한계가구는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부채 문제 중에서도 핵심이다. 대책 마련이 그만큼 시급하다. 통상의 가계부채 해결책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작년 1년 동안 ‘안심전환대출’을 시행하며 가계 빚 질적 제고에 나섰으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한계가구에 대해서는 특성에 따라 맞춤형 채무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한계가구를 보면 60대 이상 가구주, 자영업자, 하우스푸어 등이 다수인 점이 특징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연금소득으로 전환하는 주택연금(역모기지) 상품을 활성화한다거나 고용 연계대출 등 자활 기반 마련을 위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모색돼야 한다. 연체에 빠진 한계가구가 재활할 수 있도록 신용회복제도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도덕적 해이는 막아야 한다.

한계가구에 대한 근원적 해법은 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채무 구조조정을 통해 급한 불을 껐다면 다음 단계는 가계소득 증대다. 기업 등의 이익이 가계로 전해져 실질적인 소득주도 성장이 이뤄져야 가계 빚 문제가 해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