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꽉 막힌 사람이다. 좋은 말로 하면 이성적인 사람이다. 웬만한 논리가 수반되지 않으면 신앙을 갖기 어려운 사람이다. 하나님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셨다. 그래서 젊은 시절 한 부흥집회에서 강한 성령 체험을 허락하셨다. 그리고 지금까지 은혜를 베푸셔서 나를 인도하고 계신다. 앞으로 나는 하나님과 동행하며 하나님의 뜻에 더욱 순종해 내게 맡겨진 사명을 충실히 감당할 것이다.
우리 한빛맹학교에는 시각장애 유아를 위한 학급은 있었지만 영아를 위한 학급은 없었다. 부모들이 계속 요청했지만 여건이 안 됐다. 영아학급을 만들려면 법적으로 부지가 확보돼야 한다. 법을 개정하려 했지만 그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 이를 기대하던 부모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로 한빛맹학교 인근의 부지 330여㎡(약 100평)를 매입해 시각장애 영·유아 특수학교를 만들고 있다. 영아학급을 새로 만들면서 두 학급을 모아 영·유아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다.
전체 예산 25억원 이상이 소요될 예정인데,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시는 하나님을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있다. 주변의 크고 작은 도움들이 모여 공사비가 점점 채워지고 있다. 이를 보면서 인간의 계획은 단지 계획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각장애 영·유아 특수학교는 내년 3월 개교한다. 이 학교는 감각 장애 영·유아교육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특히 한빛맹학교가 시각장애인의 완전통합교육을 실현하게 되면서 시각장애 교육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한빛예술단은 이제 자립을 넘어 선교사역을 위해 일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재능을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희귀난치성 환우 돕기 신년음악회’에서 연주했고 올 3월에는 ‘라이프호프’와 ‘생명보듬 희망음악회’를 공동 개최해 자살예방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한빛예술단은 앞으로 북한 장애인을 섬기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북한 동포들의 열악한 삶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장애인의 삶이야 오죽할까. 그들의 삶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막힌 것처럼 답답하다.
나는 남북이 통일되면 북한에 특수교육학과가 있는 대학을 설립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내가 받은 하나님의 사랑을 북한 동포들에게 나눠주는 일에 나머지 삶을 헌신하고 싶다.
시각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비장애인으로 사는 삶의 70∼80%를 포기하고 사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만큼 힘들다. 내가 처음 한빛맹학교에 발을 디뎠을 때가 생각난다. 몹시 추웠고 쓸쓸했다. 그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희망의 빛을 발견했으며 비전을 세우고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나의 사랑하는 한빛재단 소속 가족들이 늘 나와 함께하고 있다.
며칠 전만 해도 날씨가 꽤 쌀쌀했지만 지금은 봄기운이 돈다. 내 삶도 봄을 맞은 기분이다. 지난겨울은 몹시 추웠다. 때로는 영하 수십도까지 떨어졌다. 폭설로 인해 고립되기도 했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법이다. 그동안 겨울을 버텨내기 위해 애썼다면 이제는 새싹을 피우고 전적으로 주님이 원하시는 열매를 맺기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주님 안에서 다시 시작이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양수 <14·끝> 주님 동행으로 ‘시각장애인 완전통합교육’ 눈앞에
입력 2016-03-22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