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하면 어떤 사람은 전쟁에 반대한다는 의미의 ‘반전(反戰)’을 생각할 것이고, 어떤 이는 예상과는 다르게, 나아가 반대로 전개되는 형국을 뜻하는 ‘반전(反轉)’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 ‘반전영화’라고 하면 이 두 개가 다 해당된다. 그러므로 이 말은 한자로 쓰거나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해야 마땅하다.
흥미로운 반전(反轉)영화를 봤다. ‘Remember.’ 아톰 에고얀이 감독하고 크리스토퍼 플러머와 마틴 랜도 등 베테랑 노인배우들이 출연한 이 영화는 나이 구십을 바라보는 늙은 유대인이 과거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가족들을 살해한 나치 장교를 찾아 복수하는 내용이다. 오늘내일 하는 노인이, 그것도 치매에 걸린 노인이 역시 저승 갈 날을 코앞에 둔 그 옛날의 원수를 굳이 죽이려 찾아 헤매는 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인간의 원한은 어디까지인지, 복수심은 어디가 끝인지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그 같은 감상(感傷)과 별개로 이 영화의 묘미는 말미의 대반전에 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밝힐 수는 없지만 보는 이들을 ‘깜놀’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요즘은 반전영화가 대세다. 많은 영화가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반전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반전 덕후’들이 생겨나는가 하면 웬만한 반전은 반전 축에도 끼지 못하는 지경까지 왔다. 그러나 반전영화는 옛날 고전영화 중에도 있었다. ‘시민 케인’(1941)의 경우. 케인이 죽으면서 남긴 말 ‘로즈버드’(rosebud·장미꽃 봉오리)가 과연 무엇인지, 얼마나 엄청난 비밀을 감춘 암호인지 모두가 궁금해 한 그것이 ‘겨우’ 케인이 어릴 적 타고 놀던 썰매 이름이었음이 밝혀지는 순간의 반전이라니. 반전이 관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미끼’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영화가 ‘반전을 위한 반전’으로 흘러가서는 곤란하다. 단순히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생의 진정한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는 품격 있는 반전영화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62) 反戰과 反轉
입력 2016-03-21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