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멀어도 힘내라 청춘!… 시대별 취업 트렌드

입력 2016-03-23 19:40
교문 밖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하나? 대학 졸업식장을 빠져 나오는 한 젊은이가 마주한 계단 모습은 오늘날의 취업난을 대변하는듯하다. 국민일보DB
CJ그룹이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2016년 상반기 대졸 신입 전형시 도입한 온라인 직무 멘토링 현장. CJ제공
본격적인 취업 시즌이 시작됐다. 하지만 ‘고용 절벽’이라는 얘기까지 돌면서 후끈 달아올라야할 취업 시장은 싸늘하기만 하다. 대학을 졸업해도 기본 1년 이상을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12.5%로 역대 최악의 수치다. 예년과 달리 고용시장의 악재는 올해 더 크다. 수출의 마이너스 성장과 이로 인해 내수 부진이 겹쳐, 잠재 성장률까지 끌어 내렸다.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청년은 늘어나는데, 고용시장의 둔화로 취업준비생들만 죽을 맛인 거다.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기보다 더 힘들어졌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형국에도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각자 꿈에 맞는 기업을 공략하며 나름대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 특히 시대에 따라 변하는 인기기업과 유망 직업은 당시 시대상과 산업구조를 반영한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한국 사회는 각 시대마다 주력하는 산업이 다른 만큼 취업 트렌드도 바뀌는 모습이다.

◇1980년대: 88올림픽과 함께 경제성장… 증시 성장으로 증권사 최고 인기

격동의 60∼70년대를 보내고 80년대는 본격적인 경제성장의 시기였다. 2014년 드라마 <미생>에서 재조명됐던 종합상사는 70∼80년대 수출 활개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연평균 10%대의 성장을 견인, 소위 ‘7대 상사’라 불리는 대우 인터내셔널, 삼성물산, LG 상사 등이 1980년대 대학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84년 ‘대학생의 직업의식과 기업이미지’ 조사를 보면, 인문계 희망업종은 무역·일반도소매업과 금융이 24.76%, 자연계는 중화학공업제품 제조업이 27.62%로 가장 높았다. 86아시아게임, 88올림픽을 거치며 고속경제성장의 시기를 보낸 후 산업지형도는 큰 변화를 겪었다.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라 대기업이 등장하고 임금과 복리제도가 발전하며 대기업의 인기가 날로 높아졌다. 특히 증시가 성장하며 증권사와 여가 산업 종사직군이 인기직업으로 부상했다.

◇1990년대: 언론고시 열풍… 신문방송학과 최고 인기

90년대 미디어 산업이 성장하며 신문방송학과는 대학생들의 최고 인기학과로 떠올랐다. 크리에이티브와 끼가 넘치는 광고회사는 대학생들에게 꿈의 직장이었고, 언론사 입사는 ‘언론고시’라고 불리며 열풍을 일으켰다.

또 IT 혁명을 겪으며 정보통신 관련 산업이 급부상했다. 92년 실시된 한 조사에서는 삼성그룹, 한국통신, 한국전력이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3년 시사영어사 부설 시사 컨설팅이 조사한 ‘대학생 직업의식과 회사이미지’ 자료에 따르면 언론·광고·출판(22.1%) 직종이 가장 인기를 끌었으며, 무역·도매(11.3%), 금융·보험·증권(8.3%), 섬유·의복(7.9%), 컴퓨터·정보(7.2%) 등이 상위 인기 직종에 랭크돼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2000년대: 이동통신· 홈쇼핑 관련 기업 각광

2000대는 IMF를 지나며 평생 직장의 개념이 붕괴됐다. 이에 따라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대기업과 공기업이 갈수록 큰 인기를 끌었다. 정보통신과 무선인터넷, IT 벤처에 인재가 몰리며 인터넷 강국의 기반을 갖춰 나가는 시기기도 했다. 2003년 잡코리아 좋은일연구소가 ‘100대 기업 고용브랜드’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무선인터넷 시대가 본격화되며 정보통신/이동통신 분야가 상위권을 기록했다. 삼성 SDI가 선호기업 1위에 올랐고 2위는 삼성전자, 3위가 SK텔레콤 순위에 올라 통신 기업들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당시는 홈쇼핑이 새로운 유통강자로 급부상하며 몸짓을 키워가던 시기로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이 39쇼핑(현CJ오쇼핑), LG홈쇼핑(현 GS홈쇼핑)에 이어 차례로 개국하며 대학생들의 인기를 끌었다. LG홈쇼핑은 위 조사에서 8위를 차지하며 아시아나항공, SK글로벌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2016년: 기업문화·성장가능성도 중요… IT 서비스 기업, 문화콘텐츠 기업 강세

취업 상황이 점점 악화되며 대기업과 공무원 등 고용안전성과 처우가 좋은 직장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높지만, 미래를 내다보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취준생들에게는 성장 가능성과 기업 문화도 중요한 요소이다.

2015년 한 조사에서 네이버는 전년보다 7계단 상승하여 1위를 차지했다. 순위가 급상승한 이유는 신생 IT 기업 특유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온라인 서비스 업종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더해진 것 같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과 문화산업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며 관련 분야의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들도 증가하고 있다.

식품산업에서 문화사업을 하며 생활문화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CJ그룹의 선호도가 해가 갈수록 높아지며, 최근 조사에서 일순위 희망기업으로 꼽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문화 콘텐츠산업은 종사자의 58%가 34세 미만이며, 경기 침체 속에서도 매년 성장하고 있는 미래 유망사업이다”면서 “고용창출의 효과가 큰 만큼 산업의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일자리의 규모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