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데이비드 코엔(62)과 이선 제시 코엔(59) 형제 감독은 이순의 나이에도 유머와 위트가 여전하다. 1950년대 할리우드를 소재로 한 영화 ‘헤일, 시저!’에서 형제는 녹슬지 않은 실력을 발휘했다. 영화는 대형 영화사 캐피톨 픽쳐스의 제작부장 에디 매닉스(조슈 브롤린) 이야기로 시작된다. 매닉스는 배우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제작에 차질이 생기면 해결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그는 몇 가지 골치 아픈 일과 맞닥뜨린다. 영화사의 최대 기대작 ‘헤일, 시저!’의 주인공인 베어드 휘트록(조지 클루니)이 갑자기 실종된다. 싱크로나이즈 영화 ‘조나의 딸’ 여주인공 디애나 모란(스칼렛 요한슨)은 미혼인데도 임신했다고 털어놓는다. 가십 칼럼니스트인 테살리 대커(틸다 스윈튼)는 휘트록의 추문을 기사화하겠다고 매닉스를 몰아붙인다.
어디 그뿐인가. 첩보영화 ‘즐겁게 춤을’을 연출하는 로렌스 로렌츠(랄프 파인즈) 감독은 신인배우 호비 도일(엘든 이렌리치)의 발 연기 때문에 같이 못 찍겠다고 난리를 친다. 매닉스는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는다. “영화산업은 미래가 없다. 괴짜나 스타병에 걸린 환자들 뒤치다꺼리나 하며 살지 말라”는 록히드 측의 설득에 흔들린다.
영화는 50년대 할리우드의 제작시스템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사막에 세트를 짓고 전속 감독, 배우, 스태프를 동원해 이른바 ‘꿈의 공장’에서 영화를 대량 생산하던 시절로 돌아간다. 장르와 스타시스템으로 무장한 당시 영화는 그러나 TV에 밀리고 있었다. 코엔 형제는 고전적 할리우드 제작시스템에 애정을 보내는 동시에 결함도 드러내면서 영화산업의 겉과 속을 얘기한다.
코엔 형제가 10년 전부터 기획한 프로젝트로 조지 클루니, 조슈 브롤린, 스칼렛 요한슨, 틸타 스윈튼, 랄프 파인즈, 채닝 테이텀, 엘든 이렌리치 등 할리우드 스타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클루니는 “코엔 형제는 자신들이 실제 영화에 사용할 장면만 찍는다. 촬영 전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 편집이 끝난 영화가 담겨 있다”고 경의를 표했다.
‘바톤 핑크’(1991)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감독상,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로 칸영화제 감독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거장 형제의 신작은 지난달 제66회 베를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였다. 유쾌한 탭댄스와 노래, 우아한 수중발레 장면 등이 시선을 붙잡는다. 24일 개봉. 12세 관람가. 106분.이광형 문화전문기자
50년대 할리우드 겉과 속 얘기한다… 코엔 형제 감독이 만든 ‘헤일, 시저!’
입력 2016-03-2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