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무명배우 경험이 피와 살 됐지요”… 자화상 같은 영화 ‘대배우’에서 첫 주연 맡은 오달수

입력 2016-03-23 04:00
영화 ‘대배우’에서 첫 주연을 맡은 오달수가 극 중 만화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대배우를 꿈꾸는 무명배우의 애환을 자신의 이야기인양 실감나게 연기했다. 대명문화공장 제공
오달수가 오토바이를 타고 택배에 나서는 장면.
‘천만 요정’ 오달수(48)가 첫 주연을 맡은 ‘대배우’의 시사회가 21일 열렸다. 시사회 후 간담회에 이어 미디어데이를 통해 만난 그는 웃으면서도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단골 조연으로 활동한 그가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사실도 고무적이지만 영화 내용이 자신의 이야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한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캐릭터를 지닌 오달수의 라이프 스토리를 문답으로 알아본다.

-‘천만 요정’이라는 별명이 마음에 드나.

“다들 아시겠지만 1000만 돌파 한국영화 13편 가운데 7편에 출연했다. 누적관객은 1억명이 넘는다. ‘괴물’에서는 괴물 목소리 연기를 했고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사설감옥 사장, 연탄가게 주인, 빵집 주인, 무기상, 범죄자, 형사 등 안 해본 게 없다. 다 관객 여러분 덕분이고 별명도 고마울 따름이다.”

-연극을 하다 어떻게 영화에 데뷔했나.

“대학(동의대 공업디자인과) 때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소극장에 인쇄물 배달을 갔다가 연기에 매료됐다. 1990년 극단 ‘연희단거리패’에서 연기를 하다 2002년 ‘해적, 디스코 왕 되다’에서 단역 뻘쭘남으로 스크린에 진출했다. 극단 시절에는 연극 ‘오구’의 경우 장례식장에서 대사도 없이 조문객으로 두 시간 동안 앉아 있기도 했다. 무명배우의 경험이 이번 영화의 피와 살이 됐다.”

-‘대배우’의 주인공 장성필과는 얼마나 닮았나.

“싱크로율은 70% 정도다. 장성필은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의 파트라슈 역할 전문으로 20년째 대학로를 지키고 있는 무명배우다. 동료 설강식이 국민배우로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며 언젠가는 대배우가 되리라고 다짐하지만 대사 한마디 없는 개 연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다 마침내 오디션의 기회가 온다. 내가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정말 눈물겹지 않은가.”

-얼굴에 있는 점 두 개는 자신에게 무엇인가.

“처음에는 점 때문에 잘 안 풀리는 것 같아 없애야 하나 고민도 했다. 이젠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세계적인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점이 하나밖에 없는데 나는 두 개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국제시장’ 때는 20대 시절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CG(컴퓨터그래픽)로 얼굴을 다림질했는데, 나이 드신 관객분들이 ‘아, 점 있는 그 친구’라고 알아봐서 기분이 엄청 업됐다.”

-석민우 감독과의 인연이 남다르다는데.

“석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애제자다. ‘올드보이’ 촬영 때 영화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눴다. ‘박쥐’로 다시 만난 석 감독이 영화를 연출하면 꼭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5년 뒤 ‘대배우’의 시나리오가 왔는데 바로 내 얘기더라. 안 할 수가 없는 거지.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의 이름을 딴 설강식 역의 윤제문, 박찬욱 감독을 패러디한 칸느박 역의 이경영 선배와도 즐겁게 호흡을 맞췄다.”

-‘대배우’가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재미와 감동,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오랜 무명생활을 거쳐 자신의 인생연기를 펼쳐 보이는 역할에 관객들이 공감하기를 바란다. 제가 연기하는 장성필은 저뿐만 아니라 꿈을 좇는 수많은 배우들의 실제 모습과 닮았다. 앞만 쳐다보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힘들고 지치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자고 얘기하고 싶다.”

소통을 위해 “말을 많이 하자”는 게 평소 좌우명이라는 그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하고 소탈한 이미지다. 26년간 탄탄한 연기력으로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는 그의 포부는 “좋은 작품으로 계속 흥행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채시라의 여동생 채국희와의 열애에 대해 묻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자”며 손을 내저었다. 30일 개봉. 12세 관람가. 108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