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용남] 물 위기 시대의 효율적 댐 관리

입력 2016-03-21 17:38

대한민국은 전후 반세기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소양강다목적댐은 이 기적을 만든 가장 중요한 바탕 가운데 하나다. 용수공급, 전력생산, 홍수방지 등 수많은 역할을 도맡아 온 이 댐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선진 대한민국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소양강댐에는 숨은 얘기가 많다. 당초의 댐 건설 목적도 지금과는 달랐다. 처음의 댐 건설 목적은 전력생산뿐이었고, 당시 상공부는 저수용량 10억㎥ 규모의 유역 변경식 수력발전 댐을 계획하고 있었다. 산업화를 위해서는 전력생산이 무엇보다 급하고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일본과의 차관 계약도 서두르고 있었다.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이 많았다. 긴 안목으로는 전력생산뿐 아니라 용수공급, 홍수조절 등을 겸하는 다목적댐 건설이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의 역학관계 등과 맞물려 정책 반영이 쉽지 않았다. 건설부 이모 수자원국장과 최모 차관이 이 문제를 박정희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심사숙고 후 그들의 손을 들어줬다. 바로 다목적댐 건설 지시가 내려졌다. 이후의 성과나 댐과 관련한 세계적인 변화 추세에 비추어볼 때 당시 박 대통령의 판단은 높이 살 만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홍수와 가뭄 등 물 위기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위기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외길을 고집해서는 유연성도, 대처 능력도 떨어진다. 정말 필요한 건 전문성을 갖춘 멀티플레이어다. 넓은 활동 범위를 바탕으로 부문 간의 스마트하고 체계적인 연계 등이 제대로 이뤄져야 어떠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다.

최근 각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물 관리 기능을 바로잡기 위한 논의가 잦다. 특히 단일목적댐의 다목적댐화와 관련한 토론이 활발하다. 다목적댐화를 통해 위기대처 능력과 자원이용 효율성 등을 높이자는 것이다. 동의한다.

사실 우리나라 발전용 댐 대부분은 일제 강점기에 건설되었다. 대륙 침탈에 필요한 전력생산이 주목적이었다. 지금도 북한은 전체 전력의 60%를 수력발전에 의존한다. 이수(利水), 치수(治水) 기능은 대부분 없다. 전남 보성강댐과 전북 섬진강댐도 일제 강점기에 식량 수탈을 위한 관개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이러한 댐들이 물 위기 극복, 물 복지 실현이 시급한 지금 이 시간에도 오직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만 운영되고 있다.

전기, 특히 청정 수력에너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이 반세기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전기도 중요하지만 물의 중요성은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물이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데 전 세계 지식인들이 의견을 같이한다. 오늘날 안보 차원의 물 관리는 세계적인, 그리고 시대적인 흐름이 되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물 재난 등 물의 위기와 그 영향이 워낙 크고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과거 에너지 공급의 중추였던 수력발전 비중이 크게 준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력발전 비중은 국내 전체 전력생산량의 0.6%밖에 안 된다. 더구나 발전용 댐을 다목적댐으로 전환해도 전력생산량 변화는 극히 미미하다.

우리나라는 물 스트레스 국가다. 물 위기도 현실이 된 지 오래다. 충남 서부지역 등 작년의 심각하고 전국적인 가뭄이 그 증거다. 물은 대체가 불가능한 자원이다. 물 위기 극복, 물 복지 실현이 시급하다. 에너지 문제를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수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댐 관리 합리화에 관심과 결단을 촉구한다.

윤용남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