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탄소 제로 섬’ 제주 가파도의 작은 실험

입력 2016-03-20 21:19 수정 2016-03-21 00:26
지난 19일 제주도 모슬포항을 떠난 배는 거센 바닷바람을 뚫고 서남쪽으로 20분을 달렸다. 까마득한 수평선 위로 거대한 날개를 뽐내는 물체 2개가 불쑥 시야에 꽂혔다. 다음 달에 열리는 청보리 축제를 앞두고 초록색으로 물든 가파도의 들판 위에 높이 30m 풍력발전기가 위용을 드러냈다.

가파도는 해안을 따라 1시간만 걸으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섬이다. 126가구 245명이 산다. 제주도는 2011년 11월 가파도를 ‘스마트그리드 및 에너지자립 섬’ 시범모델로 정했다.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으로 거듭나겠다고 공언한 제주도의 ‘작은 실험모델’인 셈이다. 제주도는 한국전력공사·한국남부발전과 3㎾급 태양광 집열판, 250㎾ 풍력발전기 2기와 3850㎾h 전력저장장치(BESS)를 구축했다. 전기자동차 4대와 전기오토바이 5대, 완속충전기 3곳도 들여왔다.

가파도발전소의 마크로그리드운영센터에선 섬의 전력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오전 10시20분 기준 전체 발전량의 11%는 풍력, 1%는 태양광이 차지했다. 나머지는 디젤발전이다. 아직 전력저장장치의 용량이 풍력과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모두 저장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150㎾ 디젤발전기 2대를 돌리고 1대를 예비로 두고 있다. 상반기 안에 전력저장장치와 변환장치를 추가해 안정적 전력 공급망을 갖출 계획이다.

이영석 가파도발전사업소장은 “풍력발전기를 오전 9시부터 가동시켰는데 디젤발전기 생산량(약 120㎾)을 훨씬 웃도는 약 280㎾를 생성하고 있다. 지금 설치된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발전량만으로도 전력 사용량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 없는 섬’이 되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을까. 김동옥 이장(61)은 “5만∼6만원에 이르던 전기요금이 태양발전 덕에 7000∼8000원대로 떨어졌다. 연말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용으로 2만원 상당의 탄소포인트도 환급 받는다”고 했다. 인구가 줄던 섬은 ‘녹색·친환경관광’ ‘탄소 없는 섬’이라는 간판을 내걸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2011년 6만9000명에 불과하던 관광객은 지난해 9만4000명까지 늘었다.

탄소를 배출하던 폐기물소각장은 멈췄다. 폐기물은 섬 밖으로 나간다. 전교생 10명뿐인 ‘미니학교’ 가파초등학교는 소형풍력과 태양광을 쓰는 ‘스마트 스쿨’로 변신했다.

다만 ‘탄소 제로(0)’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아직 섬 안의 모든 차량이 전기차는 아니다. 기름보일러를 쓰는 20∼30가구도 있다. 제주도는 우선 마을버스와 화물차 2대를 전기차로 대체할 방침이다. 농기계와 어선도 전기 동력으로 차츰 전환할 예정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태양광 11기도 추가 설치되면 디젤발전을 모두 예비로 돌려도 100%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파도=글·사진 전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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