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친무 ‘미풍’… 비박·친유 예견된 ‘삭풍’

입력 2016-03-20 21:45 수정 2016-03-21 00:23

새누리당의 20대 공천은 비박(비박근혜)계 몰락으로 요약된다. 친박(친박근혜) 주류는 ‘취중 막말’ 윤상현 의원과 영남의 일부 중진들을 쳐냈지만 친이(친이명박)계와 유승민 의원 측근들을 공천에서 대거 배제하면서 공천 주도권을 행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박 칼바람’ 속에서도 김무성 대표 측 현역 의원들은 대부분 살아남아 친박 주류와의 ‘뒷거래설(說)’까지 나돌고 있다.



◇친박, 경선 패배 속출했지만 대거 본선행=낙천한 친박 현역 의원은 20일까지 윤 의원과 김태환 서상기 안홍준 김재원 의원 등 5명이다. 여론조사 경선에서 패배한 안홍준 김재원 의원을 제외하면 3명만 컷오프된 셈이다. 원유철 이주영 최경환 정용기 의원 등은 일찌감치 공천장을 확보해 본선으로 직행했다.

원외 인사 중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후보’로 거론된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여론조사로는 현역에게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단수추천됐다.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도 단수추천으로 사실상 ‘전략공천’됐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과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등 원외 친박들도 단수 추천됐다. ‘박근혜 키즈’로 불리는 손수조 전 당협위원장 역시 여성 우선추천으로 공천을 받게 됐다.

경선에선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등 탈락자가 속출했다. 물갈이 위기에 내몰렸던 5선의 황우여 의원은 지역을 인천 연수갑에서 서을로 바꾸면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당 안팎에선 윤 의원의 막말이나 경선 탈락 등 돌발 변수를 제외하면 친박 시나리오가 그대로 현실화됐다는 말이 나온다. “지역구 몇 석을 잃더라도 박근혜정부의 임기 후반을 뒷받침하는 구도로 가야 한다”는 말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비박계에선 “괘씸죄나 정치적 배신 같은 주관적 지표가 공천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친이·친유’ 몰살…김무성 측근만 생존=8년 전 친박계를 칼바람에 몰아넣었던 친이계는 사실상 명맥을 잇기 어렵게 됐다. 친이 좌장인 이재오 의원과 이명박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낸 주호영 의원, 이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이 공천 배제됐다. 아울러 장광근 강승규 전 의원과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줄줄이 컷오프됐다.

유승민계도 칼바람을 맞았다. 조해진 의원과 이종훈 이이재 의원 등 7명은 경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류성걸 의원은 정종섭 전 장관이 단수추천되면서 배제됐고,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경쟁하던 김희국 의원 역시 경선에 참여하지 못했다.

유승민계 중에선 단수추천된 김세연 의원과 경선에서 승리한 김상훈 이재영 의원만 남았다. 민현주 의원은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경선에서 패했다.

반면 김성태 김학용 의원 등 김 대표 측 현역 의원들은 한 명도 컷오프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친이계로 분류됐던 권성동 김영우 의원은 김 대표 체제 출범 이후 핵심 당직을 맡으면서 칼바람을 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 측에선 심윤조 의원과 권오을 정옥임 전 의원만 경선에서 떨어진 정도다. 비박계에선 ‘김 대표 완패’라는 평가와 더불어 “절대 내 사람을 안 심는다”며 상향식 공천을 약속했던 김 대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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