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부모들, 죽어가는 아이들… 생명에 대한 경외감 없이 자식을 소유물로 착각

입력 2016-03-21 04:13
또다시 피어보지도 못한 4살짜리 어린아이가 부모의 폭력에 희생됐다. 4개월밖에 안 된 영아도 아버지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부모가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휘두르거나 심지어 생명까지 앗아가는 그릇된 가치관에 우리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은 연평균 30여건씩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부모가 자식을 해치는 비속 살인도 존속살인처럼 더욱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모(36·여)씨는 2011년 12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A양(4)을 홧김에 물이 찬 욕조에 가뒀다. 이어 A양의 머리를 욕조에 몇 번 담그는 등 학대해 A양은 숨졌다. A양은 한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였다. A양이 숨질 당시 한씨는 현재 남편 안모(38)씨의 딸을 임신한 상태였다. 이들 부부는 A양의 시신을 이틀간 아파트 베란다에 방치하다가 충북 진천 백곡저수지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안씨는 “만삭이던 아내가 경찰에 신고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한씨는 이후 태연하게 2014년 2월 청주의 한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응한 뒤 “입학시킬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둘러댔다. A양은 이후 장기 결석자 겸 입학유예자로 분류됐다.

숨진 A양은 엄마의 품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한씨는 A양을 2009년 9월까지 일반 가정에 위탁한 데 이어 2011년 4월까지 아동생활시설에 맡겼다가 그해 5월 안씨와 결혼하면서 집으로 데려왔다. A양은 헤어졌던 엄마와 함께 살게 된 지 불과 7개월 만에 변을 당한 것이다.

한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18일 “정말 죽이고 싶지 않았는데 미안하다. 남편은 아무 잘못이 없고 모두 내 잘못이다”는 내용의 유서를 써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의붓딸의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사체유기)로 남편 안씨를 20일 구속했다.

부산에서는 30대 의사가 미숙아로 태어난 생후 4개월 된 딸을 질식시켜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9일 오전 5시10분쯤 부산 서구 B씨(33) 집에서 B씨와 4개월 된 딸이 숨져 있는 것을 B씨의 아내 C씨가 발견했다. 당시 B씨와 딸은 침대에 누운 채 발견됐다.

C씨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딸의 치료를 받고 18일 밤 친정에 도착해 함께 잤는데 다음날 새벽에 깨보니 남편과 딸이 보이지 않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4개월 전 미숙아로 태어난 딸이 혈관확장수술 후 오른쪽 손가락 4개를 절단한 것을 비관해왔다는 유족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