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일 자신을 비례대표 후보 2번에 배정하면서 20대 국회 입성을 사실상 ‘셀프’ 확정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당내 반발을 물리치고 ‘비례대표 5선’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면 문재인 전 대표의 ‘킹 메이커’ 역할을 맡거나 스스로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가 논란이 된 이유는 그동안 비례대표 출마를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김 대표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내 나이가 77세다. 국회에 와서 쪼그리고 앉는 것은 곤욕스러운 일”이라며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8일에도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지난 13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문 전 대표가) 2번을 준다고 해 핀잔을 줬다. 그런 유치한 소리는 듣기도 싫다”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는 당초 분리돼 있던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 심사가 공천관리위원회로 일원화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김 대표가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결단’을 내린 것은 총선 이후에도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전날 비대위회의에서 “사심이 아니다. 당을 살리기 위한 일이다”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의 출마에는 공감했지만 일부는 상위 순번 배치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 당이 총선 후에도 변화된 모습으로 지속적으로 가기 위해 본인이 원내에 진입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킹 메이커’로서 자신을 영입한 문 전 대표의 대권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공천 결과 친문(친문재인) 그룹 상당수는 공천을 확정지은 반면 유력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 측 인사들은 대부분 낙천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 본인이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총선 결과에 따라 김 대표의 직접 등판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비판적 여론이 높은 편이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당대표가 자신을 비례 2번에 공천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셀프 공천’이 역풍을 부를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중앙위원은 “이해찬 문희상을 날려놓고 본인이 2번으로 출마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했다. 당직자 그룹과 당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들도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은 제쳐놓고 자신을 최상위권에 공천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마포당사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와 관련해 “그럴 줄 알았다”며 “비례대표 취지와 어긋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를 확정하기 위해 개최됐던 당 중앙위원회는 위원들의 반발로 파행됐다. 일각에서는 당 안팎의 거센 반발 때문에 김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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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공천’ 김종인, 킹 메이커? 킹?
입력 2016-03-20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