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일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후보자들의 자격 논란뿐 아니라 절차적 문제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특히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비례대표 셀프 2번’ 공천에 당 안팎의 비난이 집중됐다. 하지만 김 대표는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기 위한 중앙위원회가 열렸지만 반발이 계속되면서 회의는 21일로 연기됐다.
◇표절, 막말 등 전력 논란=더민주가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을 보면 ‘당선 안정권’인 A그룹(1∼10번) 중 1번에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선정됐다. 2번에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 6번에는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를 선정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전략공천 몫으로 본인을 ‘셀프공천’하고, 박 교수와 최 교수를 당선 안정권에 배치하는 데 쓴 셈이다.
A그룹에는 세 사람 외에 김성수 대변인,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 문미옥 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등이 포함됐다. 순위는 당 중앙위원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하지만 비례대표 1번을 받은 박 교수는 2004년 발표한 논문이 내용이나 구성에서 제자 논문을 그대로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박 교수를 1번 순위에 올렸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도 기자들을 만나 “옛날에는 그런 경우가 많았다”며 두둔했다.
박 전 총장도 2012년 자신의 아들이 비리 방산업체에 근무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 여기에다 한국노총 출신 이용득 전 최고위원도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결혼 안 해보고, 출산 안 해보고, 애 안 키워보고”라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막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선 기대권’인 B그룹(11∼20번)에는 당직자 몫에 송옥주 당 정책실장, 취약지역 몫에 심기준 전 최문순 강원지사 정무특보, 노동계 몫에 이수진 전 전국의료산업노조연맹 위원장, 청년비례대표 몫에 정은혜 상근 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심 전 특보는 ‘설악산 난개발’ 논란으로 올해 시민단체가 선정한 낙천 대상자 명단에 포함됐다. 더민주는 총선에서 15석 안팎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불만 폭발, “참고 있던 것 터졌다”=비례대표 후보 순위를 정하는 중앙위원회는 항의가 쏟아지면서 결국 연기됐다. 중앙위원들은 개회가 선언되자마자 후보들의 자격과 A·B·C그룹으로 나누어 투표를 진행하는 방식 등을 비판했다.
한 중앙위원은 “그동안 김 대표가 잘해서가 아니라 당을 위해 참아온 것 아니냐”며 “비례대표 문제로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다. 이렇게 해서는 수도권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트위터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사람들이 염치가 있어야지. 좌시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청년비례대표 김광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어떻게 자신이 셀프 2번을 전략비례로 공천할 수 있을까”라며 김 대표를 비판했고, 추미애 의원도 페이스북에 “더민주의 이번 비례대표 선정은 원칙도 없고 국민도 없다”고 지적했다.
당 전국농어민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사회적 약자와 민생 전문가들을 C그룹에 들러리 세워 A그룹에서 사사로운 공천을 관철시키려고 한 게 아닌지 의심을 낳고 있다”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당 을지로위원회도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비판할 예정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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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0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