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문제가 있느냐”… 김종인 반박에 불만 폭발

입력 2016-03-20 21:27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차 중앙위원회에 참석해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과 환담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0일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후보자들의 자격 논란뿐 아니라 절차적 문제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특히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비례대표 셀프 2번’ 공천에 당 안팎의 비난이 집중됐다. 하지만 김 대표는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기 위한 중앙위원회가 열렸지만 반발이 계속되면서 회의는 21일로 연기됐다.

◇표절, 막말 등 전력 논란=더민주가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을 보면 ‘당선 안정권’인 A그룹(1∼10번) 중 1번에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선정됐다. 2번에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 6번에는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를 선정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전략공천 몫으로 본인을 ‘셀프공천’하고, 박 교수와 최 교수를 당선 안정권에 배치하는 데 쓴 셈이다.

A그룹에는 세 사람 외에 김성수 대변인,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 문미옥 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등이 포함됐다. 순위는 당 중앙위원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하지만 비례대표 1번을 받은 박 교수는 2004년 발표한 논문이 내용이나 구성에서 제자 논문을 그대로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박 교수를 1번 순위에 올렸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도 기자들을 만나 “옛날에는 그런 경우가 많았다”며 두둔했다.

박 전 총장도 2012년 자신의 아들이 비리 방산업체에 근무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 여기에다 한국노총 출신 이용득 전 최고위원도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결혼 안 해보고, 출산 안 해보고, 애 안 키워보고”라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막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선 기대권’인 B그룹(11∼20번)에는 당직자 몫에 송옥주 당 정책실장, 취약지역 몫에 심기준 전 최문순 강원지사 정무특보, 노동계 몫에 이수진 전 전국의료산업노조연맹 위원장, 청년비례대표 몫에 정은혜 상근 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심 전 특보는 ‘설악산 난개발’ 논란으로 올해 시민단체가 선정한 낙천 대상자 명단에 포함됐다. 더민주는 총선에서 15석 안팎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불만 폭발, “참고 있던 것 터졌다”=비례대표 후보 순위를 정하는 중앙위원회는 항의가 쏟아지면서 결국 연기됐다. 중앙위원들은 개회가 선언되자마자 후보들의 자격과 A·B·C그룹으로 나누어 투표를 진행하는 방식 등을 비판했다.

한 중앙위원은 “그동안 김 대표가 잘해서가 아니라 당을 위해 참아온 것 아니냐”며 “비례대표 문제로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다. 이렇게 해서는 수도권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트위터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사람들이 염치가 있어야지. 좌시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청년비례대표 김광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어떻게 자신이 셀프 2번을 전략비례로 공천할 수 있을까”라며 김 대표를 비판했고, 추미애 의원도 페이스북에 “더민주의 이번 비례대표 선정은 원칙도 없고 국민도 없다”고 지적했다.

당 전국농어민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사회적 약자와 민생 전문가들을 C그룹에 들러리 세워 A그룹에서 사사로운 공천을 관철시키려고 한 게 아닌지 의심을 낳고 있다”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당 을지로위원회도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비판할 예정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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