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무원시험 탓했는데… 글로벌 IB “실업률 악화, 투자부진 탓… 제조업 더 암울”

입력 2016-03-20 20:59

국제 투자기관들은 우리 정부 분석과 달리 최근 실업률 증가세가 기업투자 부진에 주로 기인하며 추후 고용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2월 실업률 상승이 공무원 시험에 구직자가 몰린데 따른 일시적 요인 때문으로 설명해왔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급증하는 가운데 20대 가구주의 소득만 3년새 감소하고 있어 청년들이 경기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업률 증가는 공무원 시험이 아닌 기업투자 부진 때문=2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제 투자기관들은 “한국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실업률 개선 및 노동생산성 향상이 제약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계청은 2월 전체 실업률이 4.9%로 2010년 2월(4.9%)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라고 밝혔다. 특히 15∼29세 청년실업률은 12.5%로 1999년 6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바클레이스와 노무라, JP모건 등은 우리나라 고용 상황과 관련, “경기 부진에 따른 기업 투자심리 위축과 설 연휴 이후 임시직 고용 만료 등으로 실업률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스는 특히 “제조업 경기전망 불투명, 부동산과 도소매를 포함한 서비스업 둔화 등이 향후 고용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 고용 둔화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중 제조업의 일자리 감소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외수요 둔화로 수출개선 여지가 제한적인 가운데 조선업 등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건설업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들 기관의 국내 고용 상황 진단은 정부와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높은 이유로 2월 공개된 9급 공무원 시험 지원 인원(22만 2650명)이 실업자로 잡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올해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전년도 응시자(약 19만명) 수를 웃돈데 따른 기저효과 탓이라는 것이다. 해외 투자기관들은 나아가 생산 부진이 단순한 실업률 증가에 그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 “한국이 주요 업종의 생산 부진이 지속돼 노동생산성과 잠재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노동생산성 저하 등에 따른 기업 수익성 저하와 잠재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소시에테제네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일자리는 2009년 이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주력 산업인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생산증가율은 정체돼 노동생산성 향상이 제약되고 있다. 또 제조업 중 식료품·화학·금속 부문은 일자리 증가에 비해 생산이 부진해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20대 실업률뿐만 아니라 소득에도 직격탄=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가 29세 이하인 1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월 평균 소득은 246만6000원으로 2012년(254만8000원)에 비해 8만2000원 줄었다.

연령별로 가구 소득이 감소한 것은 20대뿐이었다. 2013년 14% 증가한 20대 가구주의 소득은 2014, 2015년 전년 대비 각각 13.1%, 3.0%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30대 이상의 가구 소득은 증가했다. 30대 가구는 2012년 386만8000원이던 것에서 지난해 월 평균 소득 417만5000원으로 올랐다. 40대 가구는 33만5000원, 50대 가구는 38만1000원, 60대 이상 가구는 13만6000원 늘었다. 20대 가구주의 소득만 줄어든 것은 높은 청년실업으로 인한 근로소득 감소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세욱 기자, 세종=서윤경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