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교회 ‘희망 허브’로 거듭나다] 고령화 가속 농촌교회, 다문화가정이 새 ‘믿음 못자리’

입력 2016-03-20 18:59 수정 2016-03-20 20:39
매주 목요일 저녁 충남 금산 천을리전원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하늘새 오케스트라’ 수업에서 구자용 집사가 재능기부로 단원들을 교육하고 있다.
박희환 천을리전원교회 목사와 사모.
‘농촌 고령화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농촌교회가 당면한 현실을 잘 드러낸 말이다. 그럼에도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부흥과 성장을 위해 농촌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교단이나 연합기관 차원에서 농촌교회를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사역 현장에서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국민일보는 농촌 목회 현장을 사역·환경별로 정리하고 교회가 당면한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한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교회의 모판인 농촌교회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대안을 3회에 걸쳐 모색한다.

◇초고령화 농촌 위기가 농촌교회 위기로=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농림어업조사 결과는 농촌 이탈과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2014년 농가는 112만776가구, 농가 인구는 275만1792명으로 전년보다 1.86%, 3.35% 감소했다. 반면 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비율을 나타내는 고령화율은 전년대비 1.8% 증가한 39.1%를 기록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교회 부흥의 못자리였던 농촌교회는 복음의 사각지대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기조는 최근까지 이어졌다. 주요 교단의 농어촌 미자립교회 지표가 이를 말해준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채영남 목사)의 경우 농어촌교회 3032곳 중 40.8%에 달하는 1238곳이 미자립(연간 경상비 2000만원 이하) 교회이다. 예장합동(총회장 박무용 목사)은 2351곳 중 862곳인 36.7%이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농촌교회 현장에서는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이 희망을 뿜어내고 있다. 젊은 결혼이주여성들의 농촌 유입이 늘면서 출산율이 증가하고, 폐교됐던 학교가 다시 문을 여는 지역도 있다. 고령화와 다문화 문제를 극복하고 공동체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구심점에 교회가 있었다.

◇다문화 어린이들의 희망 합주=충남 금산군 군북면.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 고즈넉한 전원 마을에 오케스트라 합주가 울려 퍼진다.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곳은 천을리전원교회(박희환 목사).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이 교회 주일학교 학생들이다.

이 교회 출석 성도 60명 중 성인은 불과 15명이다. 유년부가 30명, 청소년부가 15명을 차지한다. ‘다음세대’들 가운데 70%가 다문화가정 어린이다.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인 황세빈(10)양은 “처음엔 활을 잡는 것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첼로와 한몸이 된 것 같다. ‘슈베르트의 자장가’를 합주할 땐 친구들이랑 수다 떨 때보다 재미있다”며 웃었다.

8년 전 박희환(44) 목사가 사역지를 찾아 처음 천을리에 찾았을 때 지금의 교회 자리는 장의자 세 개가 널브러져 있는 외양간이었다. “우리 가정이 오지 않으면 교회가 사라지게 될 상황이었어요. 실버 목회를 염두에 두고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준비했는데 마을을 둘러보니 베트남 출신 다문화가정들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목회 전략을 바로 수정했죠.”

당시 박 목사의 세 자녀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전도의 요충지였다. 매일 간식을 준비해 학교를 찾아가는 것이 주요 일과였다. 학부형 모임에서 만난 음악 전공자 구자용 민은경(금산제일교회) 집사 부부에게 악기 강습을 요청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읍내에서 음악 학원을 운영하는 두 사람은 7년째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트럼펫을 가르친다. 해마다 10월이면 ‘하늘새 산골음악회’도 연다. 바쁜 농사일로 인해 문화 교육은 상상도 못했던 다문화가정 어머니들에게 교회는 최고의 교육 기관이 됐다.

박 목사는 “농촌교회가 위기라고 하는데 높은 임대료와 밀집도 등 도시교회가 안고 있는 부담을 생각하면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변화하는 농촌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훨씬 많은 기회가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글이 통하니 신앙이 통하네=32년째 경남 거제시 남부면에서 사역하고 있는 다대교회 김수영(62) 목사는 다문화 가정에 ‘한글교육을 통한 선교’로 공동체 화합을 이뤄내고 있다.

이촌현상이 심화돼 학교들이 줄줄이 폐교되던 8년 전, 김 목사는 베트남에서 시집 온 젊은 주부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가정 불화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목사는 다문화 가정의 안정된 정착을 위해 거제시다문화센터의 지원을 받아 교회에 ‘한글교실’을 개설했다.

의사소통이 안 돼 속앓이만 하고 있던 남편들에게 즉각 반응이 왔다. 김 목사는 “한글교실이 생기자마자 평소 ‘십자가만 봐도 재수 옴 붙는다’던 사람들이 ‘목사님 우리 마누라 좀 잘 가르쳐 주세요’라며 신신당부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매주 한 차례 열리는 다대교회 한글교실은 한글과 한국문화를 배우는 곳이자 서로의 삶을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5년 전에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사는 다문화가정 부부들을 초청해 교회 성도들이 합동결혼식을 열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한글을 배운 다문화가정 젊은 주부들이 아이와 남편, 시부모까지 전도해 교회 부흥을 이끌었다. 김 목사는 “베트남 출신 교인을 집사로 세워 거제시 선교는 물론 향후 베트남 선교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금산=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