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남성이 자신의 아내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되는 이웃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남성은 1년 전에도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다른 남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등 의처증이 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처증, 의부증은 망상장애의 한 종류로, 흔히 질투형 망상장애로 불린다. 단순한 질투와 달리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배우자의 외도에 대해 확신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다른 정신과적 문제를 드러내지 않던 상태에서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질투형 망상장애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또 배우자 외도에 대한 망상을 제외하고는 다른 이상 증상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발병 연령에도 제한이 없다. 하지만 평균 발병연령은 40세로 조사돼 있다.
질투형 망상장애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요인, 생화학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 등이 두루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적인 특징으로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나 성취감이 낮은 사람들, 대인관계에서 비정상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에게서 더 잘 생기는 경향이 있다.
질투형 망상장애가 지속될 경우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대부분 치명적이지 않은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지속한다. 하지만 자살이나 타살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때는 입원 요양 등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망상이 매우 확고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강하게 비난하면 치료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오히려 환자의 심적인 고통을 이해하는 입장으로 다가가서 치료 받기를 설득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물론 질투형 망상장애는 치료가 잘 안 된다. 배우자와 떨어지는 것이 약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쉽게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배우자와 분리된 상태에서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도 적잖다.
가장 많이 시행하는 치료는 정신 상담 치료다. 이때는 치료자와 환자가 깊은 신뢰관계를 쌓으며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망상에 의한 폭행이 잦을 때는 입원 요양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항우울제, 기분 조절제 등의 약물을 처방하기도 한다.
원은수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헬스 파일] 질투형 망상장애
입력 2016-03-2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