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날개 못 편 韓 유통업계, 동남아 진출 러시

입력 2016-03-20 20:04

국내 유통사들의 동남아 진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대형마트, TV 홈쇼핑에 이어 면세점, 온라인쇼핑 등으로 진출 업종도 전방위로 넓혀가는 중이다. 야심 차게 진출했던 중국시장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동남아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20일 롯데쇼핑과 외신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10일 베트남 ‘빅시(Big C)’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빅시는 프랑스 카지노그룹의 베트남 마트 체인으로 현지에 32개 매장이 있다. 롯데그룹 외에 일본의 이온과 태국 센트럴그룹 등 쟁쟁한 유통사 10여곳이 예비입찰에 참가했다.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 이상 써낸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베트남 11호점을 오픈한 롯데마트가 빅시를 인수하면 매장 수 기준 베트남 2위로 올라선다. 롯데마트는 다음 달 12호점 오픈을 앞두는 등 베트남 내 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국내 1위 이마트 역시 중국에서의 실패를 딛고 베트남을 새로운 해외 진출 교두보로 삼고 있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1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올해 2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베트남은 현대적인 유통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중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TV 홈쇼핑 업계의 동남아 진출도 계속되고 있다. CJ오쇼핑은 지난 1월 말레이시아 유력 미디어그룹 ‘미디어 프리마’와 합작해 올해 상반기 중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현대홈쇼핑도 같은 달 태국 현지 합작사인 ‘하이쇼핑’ 전파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베트남에서 ‘VTV현대홈쇼핑’을 개국하는 등 동남아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TV 홈쇼핑 업계의 동남아 진출이 늘면서 진출국이 겹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CJ·GS·롯데·현대홈쇼핑이 모두 진출한 데 이어 태국도 CJ·GS·현대홈쇼핑이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올해 CJ오쇼핑이 말레이시아 진출을 선언하면서 먼저 진출해 있던 GS홈쇼핑과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는 면세업의 해외 진출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시내면세점을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은 올해 6월 태국 방콕에 시내면세점을 새로 오픈한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공항면세점을 운영 중인 신라면세점도 올해 안에 푸껫에 시내면세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프라인 업종 외에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최대 그룹인 살림그룹과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TV 홈쇼핑도 방송과 온라인에 동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중국시장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올랐으나 현지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동남아의 경우 성장 잠재력이 높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 새로운 해외 진출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