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정보로 수십억 챙긴 ‘내부자들’

입력 2016-03-20 21:00
기업 합병정보를 빼돌려 수십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둔 ‘내부자’들이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우량 중소기업의 신속한 상장과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제도를 악용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기업의 미공개 합병 정보를 누설해 수십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콜마비앤에이치 재무담당 상무 김모(45)씨와 미래에셋증권 부장 이모(43)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 등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우회상장이 진행되던 2014년 6월부터 8월까지 관련 정보를 누설하거나 주식 거래에 악용해 67억5000여만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화장품 연구업체인 콜마비앤에이치는 코스피 상장사인 한국콜마홀딩스의 계열사다. 콜마비앤에이치의 기업공개(IPO) 상장이 여의치 않자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는 2014년 미래에셋과 스팩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2009년 12월부터 도입된 스팩은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다. 일단 스팩을 상장한 뒤에 우량 중소기업과 합병해 우회상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국콜마와 합의를 한 미래에셋은 2014년 4월 22일 ‘미래에셋 제2호 스팩’을 설립했다. 이 스팩은 그해 7월 2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합병 업무를 담당했던 김씨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 스팩의 주식 3만여주를 미리 사들였다. 합병 발표 뒤에 되팔아 2억2000만원의 차액을 챙겼다.

또 이씨는 합병 사실을 경영상담업체 ‘구루에셋’ 대표 윤모(43·구속 기소)씨에게 전달했다. 윤씨는 자신과 가족, 회사의 명의를 총동원해 89만여주를 미리 사들여 55억35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스팩 제도를 악용해 부당이익을 챙긴 대규모 비리를 적발한 첫 번째 사례”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