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한 두 자녀의 엄마 A씨(57)는 2014년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했다. 30년간의 결혼 생활은 악몽에 가까웠다. 남편은 기분이 나쁘거나 술에 취해 귀가한 날이면 욕설을 퍼붓고, 주먹을 휘두르기 일쑤였다. A씨는 남편에게 맞아 두 번이나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남편의 외도는 A씨를 더 힘들게 했다. 내연녀와 함께 모텔에서 나오다 A씨에게 발각되기도 했다. 남편은 ‘폭행·폭언을 하지 않고 다른 여자에게 한눈팔지도 않겠다’는 각서를 썼지만,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되레 A씨에게 “바람 피우냐”고 몰아붙이는가 하면 “네가 집안 재산을 탕진했다. 돈 어디에 썼느냐”며 추궁하기도 했다. 농약을 마신 A씨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딸과 함께 해외에서 요양하는 동안에도 남편은 전화를 걸어 욕설을 했다. 한국에 돌아온 A씨는 결국 법적 이혼 절차를 밟았다.
1심에 이어 항소심 법원도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김용석)는 A씨가 남편 B씨(58)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등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위자료 3000만원과 재산분할 금액으로 13억4400만원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은 배우자를 이해하고 대화하려 노력하기보다 자기 입장만 고집하며 폭언·폭행을 한 남편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A씨가 재산을 탕진하고 시부모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A씨에게 있다거나 두 사람의 책임이 같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남편 외도, 폭행 등 자살시도한 아내… 법원 “파탄 책임은 남편” 이혼 판결
입력 2016-03-20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