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선업계의 굴욕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수주잔량(남아 있는 일감)이 2004년 8월 이후 11년6개월 만에 2900만CGT(표준환산톤수) 밑으로 떨어졌다. 또한 일본 조선업체가 수주잔량 부문에서 세계 3위를 기록,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업체의 ‘빅3 독점 체제’가 무너졌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의 2월 말 수주잔량은 882만5000CGT로 1위, 대우조선해양은 844만CGT로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696만4000CGT를 기록한 일본의 이마바라 조선그룹으로, 삼성중공업(508만1000CGT)을 제쳤다. 중국 조선업체들도 선전하고 있다. 양쯔쟝 홀딩스(331만1000CGT)가 5위, 상하이 와이가오치아오(283만9000CGT)가 7위, 후둥 중화(260만8000CGT)가 9위를 기록했다. 클락슨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조선 3사가 지난해 7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으며 성동조선해양 역시 심각한 손실을 내며 어려움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국가별 수주잔량은 중국(3769만CGT), 한국(2844만CGT), 일본(2182만CGT) 순이었다. 일본 조선업의 경우 2014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수주잔량 점유율이 15%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부터 중국과 한국의 부진을 계기로 점유율이 상승했다. 2월 말 기준 일본 조선업의 수주잔량 점유율은 21.0%를 기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절벽과 수주가뭄이라는 말이 요즘 조선업계 유행어”라며 “언제까지 이런 불황 상태가 계속될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한국 조선업 ‘빅3 독점’ 깨졌다
입력 2016-03-20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