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레 아줄래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2016 파리도서전’을 찾았다. 아줄래 장관이 파리도서전에 나타난 것은 두 번째다. 16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수행해 개막식에 참석했었다.
이날 아줄래 장관은 전시장에서 거의 3시간을 보내며 출판사 부스를 방문하고 찾아온 관람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도서전의 주빈국관인 한국 전시장에도 들러 30분이나 머물면서 전시된 책을 구경하고 한국 출판인들과 환담했다.
개막식 날 올랑드 대통령이 도서전에서 머문 시간도 3시간가량 된다. 올랑드 대통령은 취재진과 관객에 둘러싸인 채 3시간 내내 도서전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대통령 참가는 파리도서전의 관행이라고 한다.
파리도서전을 찾아온 정치인은 대통령과 문화부 장관만이 아니다. 첫날인 17일에는 경제부 장관, 18일에는 해외영토부 장관이 다녀갔다. 19일에는 총리가 방문했다. 파리시장은 개막식 전 프랑스 출판인들과 한국 참석자들을 시청으로 초청해 오찬을 베풀었고, 파리시 부시장도 17일 도서전을 찾았다.
파리도서전에 참석한 한국 출판인들은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의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도서전을 찾아오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서울도서전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도서전에 참석한 정부 최고위직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었다. 대통령이 서울도서전을 찾는 경우도 드물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한 차례 서울도서전에 참석했다. 서울시장이 서울도서전에 참석한 예는 지금까지 한 차례도 없다.
현장을 지켜본 한 국내 출판사 대표는 “프랑스를 문화의 나라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이번에 실감했다”면서 “대통령이 도서전에서 3시간이나 머물고, 문화부 장관이 두 번씩이나 찾아온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라고 18일 말했다.
파리도서전은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이나 런던도서전과 달리 유럽에서도 유명한 도서전이 아니다. 출판사와 시민들이 만나는 B2C 방식의 도서전으로 프랑스 출판계의 국내 잔치에 가깝다. 규모도 서울도서전에 비하면 2배 정도일 뿐이다. 파리도서전의 규모나 성격을 생각하면 프랑스 정부가 보여주는 관심은 분명히 인상적이다.
아줄래 장관은 17일 한국 전시장 방문에서 “프랑스에서 문화는 심장과 같다. 그 문화의 한가운데에 책이 있다. 프랑스의 모든 정치인은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책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사적으로 프랑스는 책을 사랑하고 책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여러 가지 정부 지원을 해 왔다”면서 “1980년대 초부터 도서정가제 같은 서점에 대한 지원과 도서관에 대한 지원을 통해서 어린이는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또 대도시와 지방 구분 없이 모두 쉽게 책에 접근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파리도서전에 초청작가로 참석한 소설가 황석영씨는 지난 16일 개막식 직후 “프랑스에서는 대통령도 오고 총리도 오는데, 한국에서는 장관도 안 오고 대사도 없다”면서 “이런 식으로 문화를 홀대하고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파리=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대통령이 3시간 관람하고 문화부 장관은 두 번이나 방문… ‘문화의 나라’ 프랑스, 도서전에서 실감”
입력 2016-03-20 19:55 수정 2016-03-20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