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복원 과정에서 고가의 금강송을 빼돌린 의혹을 받아 오던 신응수(74·사진) 대목장이 결국 약식기소됐다. 귀한 목재를 아낀 나머지 더 큰 공사에서 쓰려고 남겨뒀다는 것이 그가 털어놓은 범행 동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업무상횡령과 문화재수리법 위반 혐의로 신 대목장을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신 대목장은 2008년 문화재청이 광화문 복원 용도로 공급한 직경 70㎝ 이상의 대경목 소나무 26그루 가운데 4그루(약 1198만원)를 강릉에 있는 자신의 목재 창고로 빼돌린 혐의다.
신 대목장은 2014년 경찰의 조사 착수 이후 한결같이 “목재가 나빠 버리려 했다”고 진술해 왔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문화재청과 함께 현장검증을 실시해 빼돌려 건조된 소나무들이 좋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신 대목장은 “이런 큰 나무는 시중에서 구할 수 없고, 잘라서 쓰려니까 아까워 따로 보관했다. 나중에 궁궐 공사 등에 쓰려고 잘 보관했다”며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화문 복원에는 애초 지정된 금강송 대신 신 대목장이 소유하고 있던 목재가 쓰였다. 다만 검찰은 복원사업 자체가 부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 대목장이 쓴 목재 역시 금강송에 버금가는 우량목”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신 대목장이 경복궁 소주방(궁중음식을 장만하는 궐내 부엌) 복원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돈을 주고 문화재 수리 기술자 2명의 자격증을 빌린 사실도 적발했다. 다만 소나무 4그루가 모두 환수된 점, 범행으로 실제 얻은 이득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약식기소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귀한 금강송 잘라 쓰기 아까워서…” 광화문 복원용 4그루 빼돌린 대목장 신응수씨
입력 2016-03-20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