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자립 돕는 것이 진정한 선교”… 필리핀 빈민 돕는 ‘캠프’ 대표 이철용 선교사

입력 2016-03-20 18:23 수정 2016-03-20 20:38
캠프 이철용 대표는 “선교지에서의 교회 NGO 사역은 가난한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신앙과 생활 공동체가 함께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호광 인턴기자

2006년 친구 선교사를 만나러 휴가 겸 필리핀에 방문했다. 우연히 가게 된 빈민가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것을 보며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 사람들을 도우라고 하나님이 나를 이곳에 보내셨구나.’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그는 장학금으로 신학공부를 했고 목회자까지 됐다. 그렇게 받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2007년부터 필리핀 빈민가에서 ‘자립선교’를 시작했다. ㈔캠프 대표 이철용(53) 필리핀 선교사의 이야기다.

사역 준비를 위해 한국을 찾은 이 선교사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났다. 그는 6평(19.3㎡)의 캠프 숙소에서 생활하지만 감사할 게 많다고 고백했다.

“힘들지 않아요. 현지 주민과 비슷하게 먹고 삽니다. 그래도 항상 주민들에게 미안해요. 그들은 쌀밥에 반찬 한 개를 먹는데 캠프 식구들은 반찬 두 개를 먹거든요. 정말 감사합니다.”

장로회신학대와 신대원을 나온 그는 서울 노량진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한 뒤 외국인 근로자, 장애인 등을 섬기는 사역을 꾸준히 해왔다. 2007년부터는 캠프 사역을 통해 일시적 지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지역개발을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캠프 사역은 필리핀 불라칸주 산호세델몬테시의 강제 이주민 지역인 ‘타워빌’과 ‘가야가야’에서 이뤄졌다. 사회적 기업 봉제센터와 직업기술훈련센터, 협동조합 ‘베이커리’ ‘케이터링’, 24시간 응급구조단, 유치원, 아시아지역개발센터, 도서관, 교회 등을 세웠다.

이 선교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일자리를 필요로 한다”며 “이들이 자립하도록 도와주는 게 진정한 선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빈민가 사람들이 일을 하려면 마닐라 등 도시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일거리가 많지 않은 데다 출·퇴근 시간이 길고 교통비가 비싸다. 아버지가 도시로 일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아 이혼 등으로 깨지는 가정도 부지기수다.

빈민가에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등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자 그들의 삶이 달라졌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면서 꿈을 갖게 된 것이다. 봉제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의류 제작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받는다. 그들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꾼다. 또 아이들에게 영어 집중 교육을 시켜 효과를 보고 있다.

자신들의 삶이 달라지자 이들은 하나님을 받아들이게 됐다. 지역 주민들은 “캠프와 한국교회는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며 고마워했다.

이 선교사는 지난해 10월 필리핀 정부의 주택개발청에서 주는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금까지 진행해온 NGO 사역이 자립 선교의 틀로 사용되길 바란다”며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신앙과 생활의 공동체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네트워크나 전문성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하나님이 좋은 사람들을 붙여 주셔서 가능했다”며 “매일 기적을 먹고 산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