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친박근혜)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버티기’는 18일까지 사흘째 이어졌다. 한 측근은 “질 것 같다고 시합을 안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김 대표의 심경을 대변(代辯)했다. 국민의 피로감을 높이는 계파갈등이 선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3·15 공천 학살’로 불리는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김 대표가 판단한 것이다.
당초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당 안팎에선 김 대표가 상당수 공천안을 추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선거 결과를 책임져야 할 당대표가 공천 결과 반대를 고수할 명분이 약했기 때문이다. 후보 등록이 1주일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당대표가 청와대나 여권 주류에 맞서 당내 분열을 부추기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최고위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밝힌 것처럼 다수 친박계 최고위원들을 설득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론’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오전 이어 심야에 재개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보류했던 공천 결과에 대한 승인을 다시 유보했다. 여론조사 경선으로 후보가 결정된 6곳에 대해서만 의결했고, 이재오 의원 공천배제 결과 등 공관위의 8개 단수 및 우선추천 지역 결과는 추인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상향식 공천을 담은 당헌·당규를 수호하겠다”고 공언한 김 대표가 공천장 직인을 거부하는 이른바 ‘옥새 투쟁’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오전 회의에 이어 심야회의에서도 김 대표와 친박계 최고위원 간 의견 대립이 반복됐다. 회의 중 “밀실공천” “당헌·당규에 따라야 한다”는 고함 소리와 의자를 박차는 소리가 회의장 밖으로 들릴 정도로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기도 했다. 특히 김 대표와 가까운 황진하 공관위 부위원장은 유승민 의원 공천과 관련해 “더 이상 우리(공관위)는 못하겠다. 최고위서 결정해 달라”고 촉구했고, 친박계 원유철 원내대표는 “공관위에서 해야 된다”며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대표는 전날 원 원내대표 등 친박계 최고위원이 지난 16일 일방적으로 공천 결과 보류를 발표한 것에 대한 사과 요구도 재차 거부했다. 오히려 김 대표가 공관위 독립성을 훼손했다며 사과를 요구하며 회의를 거부한 외부 공관위원들을 향해 “공관위 이렇게 할 거면 하지 말라”며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위원들의 불참으로 오후 예정됐던 공관위회의가 열리지 못했고, 심야 최고위도 취소됐다 번복되는 등 하루 종일 혼선이 이어졌다. 심야 회의 직전 황진하 총장은 기자에게 “이한구 공관위원장과 오후 5시 넘어 연락이 됐다”며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불참하겠다는데 자기가 어떻게 하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그 사람들(외부 공관위원들)은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느냐”며 “자기들이 주인 행세하듯 보이콧하고, 이거 완전히 참”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다음 주 초까지 사태를 지켜본 뒤 후보등록(24∼25일) 직전에 공관위 안을 수용하는 결단을 통해 사태를 수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대표가 청와대나 여권 주류와 직접 충돌할 경우 양측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기 때문이다.
한장희 이종선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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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9 00:56 수정 2016-03-19 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