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OK저축은행)과 오레올(현대캐피탈)은 둘 다 쿠바 출신이다. 시몬은 지난 시즌 창단 2년차인 팀을 대뜸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고는 8연패를 노리던 삼성화재를 꺾고 우승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오레올은 두 번째 한국무대인 이번 시즌 최태웅 감독과 함께 스피드 배구를 완성시키며 팀을 7년만에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 둘의 장점은 멀티플레이어라는 것. 센터 출신인 시몬은 국내에서 와서는 속공과 라이트 공격수로 1인 2역을 소화했다. 세터 출신인 오레올은 수비도 능하고 공격 성공률도 매우 높다.
1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이들의 숨가쁜 대결이 5세트 듀스까지 이어지면서 시몬의 OK저축은행이 세트스코어 3대 2(25-22 25-15 23-25 14-25 17-15)로 먼저 웃었다. 지난 11시즌 동안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81.81%였다.
OK저축은행이 1, 2세트를 먼저 따내고 현대캐피탈이 3, 4세트를 만회해 맞이한 5세트 초반. OK저축은행은 시몬(28점)을 1번 자리에 배치해 먼저 시몬의 서브로 승부를 걸었고,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전위 레프트 자리인 4번 자리에 오레올(26점)을 두고 5세트를 시작했다.
시몬의 첫 서브가 범실 처리 되면서 먼저 힘을 낸 것은 오레올이었다. 오레올이 초반 팀 공격득점을 모두 책임지며 현대캐피탈이 7-4로 앞섰다. 현대캐피탈 토종 공격수 문성민은 앞선 4세트 16-12에서 볼을 따라가다 왼다리 근육경련으로 공격력을 상실한 뒤여서 믿을 공격수는 오레올 뿐이었다.
현대캐피탈이 10-6으로 앞설 때까지만 해도 현대의 대역전승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5세트에서 조용하던 시몬이 힘을 낸 것은 이때부터였다. 연이은 공격가담으로 타점이 낮아진 오레올이 유효블로킹에 잇달아 걸리자 반격에 나선 시몬이 연속 2득점으로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이어 현대캐피탈 신영석의 네트터치와 속공 범실이 나오면서 10-11까지 추격한 OK저축은행은 시몬의 백어택과 송명근의 서브득점으로 12-11로 믿기 어려운 역전에 성공했다. 시몬은 15-14에서 공격범실로 다시 듀스를 허용했지만 송명근 퀵오픈으로 16-15가 된 매치포인트에서 강력한 스파이크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면서 승부를 끝냈다. 현대캐피탈 여오현이 리시브한 볼이 OK저축은행 진영으로 넘어오자 송명근이 득점으로 연결한 것.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12일 만에 경기에 나선 현대캐피탈은 경기감각이 채 돌아오지 않아 1, 2세트에서 고전했지만 3세트부터 정규리그 18연승팀다운 저력을 보이며 2차전에 기대를 걸게 했다. 2차전은 2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시몬스터, 네 덕분이야
입력 2016-03-19 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