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30여개 기업이 18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 악화 속에 오너가 책임 경영과 주주 권익 강화에 중점을 뒀다.
SK㈜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최태원 회장 등기이사 선임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년 만에 SK㈜ 등기이사로 복귀하게 됐다. 최 회장은 2014년 3월 형사사건으로 SK㈜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모든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SK네트웍스는 최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SK케미칼과 SK가스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최창원 부회장을 포함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오너 일가 모두 등기이사로 활동하게 됐다. SK그룹은 “대주주의 권한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라며 “앞으로도 SK그룹의 기업가치 제고와 국가경제 기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영에 매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주력 계열사들은 이번 주총에서 임원 퇴직금 지급 체계를 개편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일제히 처리했다. 회장·부회장 등 고위 경영진 퇴직금 지급률이 최대 3분의 1가량 축소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CJ제일제당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1994년 2월 CJ제일제당 등기이사가 된 이후 22년 만에 이 회장은 그룹 내 모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게 됐다.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총 7개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았던 이 회장은 2013년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후 순차적으로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신성장사업추진단장 부회장은 LG화학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LG전자는 조성진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장, 조준호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추가 선임했다. LG전자는 앞으로 3인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도 LG유플러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GS그룹 지주회사인 ㈜GS는 허창수 회장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효성은 조석래 회장,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 이상운 부회장 등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롯데쇼핑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현대그룹 구하기에 나선 현정은 회장은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내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고강도 추가 자구안이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통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 회장은 등기이사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대주주로서 현대상선 회생을 위해 백의종군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7대 1 감자도 결정했다. 감자 방법은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및 우선주 7주를 1주로 병합하는 방식이다. 상장 폐지를 막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상선의 자본잠식률은 80%에 달했다. 50% 이상 자본잠식률이 2년 이상 지속되면 증시에서 퇴출된다.
한진해운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발행 가능한 주식 총수를 4억5000만주에서 6억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을 승인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은 박대영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2013년 취임한 박 사장은 지난해 유임되면서 임기가 2019년 3월까지 늘어나 조선업계 최장수 CEO에 이름을 올렸다. 한진중공업은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KCC 정몽진 대표이사 회장과 정몽익 대표이사 사장도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대표이사 회장도 사내이사로 다시 선임됐다.
기아자동차는 이사회 내 독립적 기구인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주주권익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투명경영위원회는 인수·합병(M&A), 주요 자산취득 등 주주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경영 사항이나 배당에 대해 이사회에 주주의 권익을 반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준엽 유성열 기자 snoopy@kmib.co.kr
330여社 슈퍼주총데이… 최태원, 등기이사 복귀
입력 2016-03-18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