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단층 가정집에 둥지를 튼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련) 사무실은 신임 사무총장 이진형(45·군포 청지기교회) 목사가 오면서 확 달라졌다. 기존에 사무실로 쓰던 큰 방의 한쪽 벽면을 책으로 채우고, 가운데엔 큰 좌식 탁자를 놓아 손님들이 찾아오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북카페처럼 꾸몄다. 대신 작은 방을 아늑한 사무실로 만들어 일의 집중도를 높였다. 목회 현장에서 녹색교회를 실천하고, 목공카페를 운영해온 목수이자 목사인 이 사무총장의 솜씨다. 유미호 기환련 부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연구실장은 “인테리어도,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며 “이 목사님의 솜씨가 대단하다”고 추켜세웠다.
지난 3일 기환련 신임 사무총장에 취임한 이 목사는 ‘교회를 푸르게,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모토에 따라 현장과 교회를 잇는 역할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교회환경연구소 비상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기환련이 발행하는 ‘새하늘 새땅’에 녹색교회 탐방기도 연재해 왔다.
그의 강점은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그는 아파트 상가에 있던 청지기교회를 숲 속으로 옮긴 뒤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창조 섭리 속에서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처음에 숲 속으로 교회를 옮기니 오가는 길이 불편하다는 불평도 없지 않았어요. 하지만 3년 정도 지나니까 예배 때 대표기도 내용이 달라지더군요. 교회 오는 길에 마주한 벚꽃, 낙엽 등 자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예요. 낙엽이 지는 모습을 보며 때가 되면 비워내는 자연과 달리 욕심 부리는 자신이 부끄럽다고 기도하는 분도 있었어요.”
교회에 나무를 많이 심고 환경을 보호한다고 녹색교회가 되는 건 아니다. 이 목사는 녹색교회의 핵심은 ‘생태적 신앙’이라고 말했다. 이는 하나님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가 창조질서대로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기후변화나 사용 후 핵연료 문제, 생명밥상운동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환경적 이슈를 보면서 과연 우리가 하나님의 생명의 질서를 거스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는 것으로부터도 녹색교회를 시작할 수 있다.
지난 11일 기환련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그리스도인연대(핵그련)’와 함께 탈핵연합예배를 드렸다. 그는 “누군가가 핵연료 폐기물을 정화조 없는 화장실에 비유했는데, 기독교인의 시각에서 보면 결국 ‘회칠한 무덤’이 아니겠느냐”며 “핵이란 결국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것이므로 내려놔야 한다는 이야기를 기독교 신앙인들은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환련은 그동안 진행해온 생명밥상운동의 연장선에서 올해 ‘콩의 해’를 맞아 벌일 수 있는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값싼 수입산 유전재조합(GMO) 콩 대신 조금 비싸더라도 우리 농부들이 키워낸 콩을 먹는 운동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적인 지식강연 웹사이트 ‘테드(TED)’처럼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동영상 강의를 통해 나눌 수 있는 녹색 강연도 준비 중이다. 환경파괴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목회자들을 찾아가 이들의 활동을 교회에 전하는 사역도 감당하려 한다.
그는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고 하지만 세상엔 교회만한 조직은 없다”면서 “교회가 각성하면 결국 세상은 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새 사무총장 이진형 목사 “녹색교회 핵심은 생태계 창조질서 보존하는 것”
입력 2016-03-20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