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의 계절, 정치적 설교 주의보

입력 2016-03-20 18:43

다음달로 다가온 총선과 관련해 특정 정당에 힘을 실어주는 설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단은 거룩하며 성도들의 정치적 성향이 제각각이기에 설교자는 편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체적 ‘가이드라인’이지만 적극적 차원에서 선거와 관련된 메시지 전달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선거의 계절, 설교자들의 정치적 발언은 어디까지여야 할까.

◇특정 후보나 정당을 편들어선 안 돼=서울신대 정인교(설교학) 교수는 “어떤 정당의 주장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도들도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있다. 목사가 특정한 입장을 지지하면 교회의 갈등과 분란을 부추길 수 있다”며 “구체적인 사안을 갖고 얘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 대목에서 “목회자들은 자유와 정의, 인권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언급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했다. 그는 “설교 강단이 정치적 입장차로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며 “정치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정창균(설교학) 교수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정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목사가 강단에서 조심할 메시지는 상식 수준에서도 유추 가능한 것”이라며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거나 비판하는 것, 목회자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강단에서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다만 “선거 자체는 국민 여론을 모아 개개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라며 “종교를 떠나 선거제도가 모든 국민의 의견을 표시한다는 점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는 가능하다”고 덧붙엿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신성욱(설교학) 교수는 기독교 신앙과 배치되는 이슈의 등장에 대해서는 비판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하나님 나라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드는 이슈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책임 회피일 수 있다”며 “성경적 원리와 기준에 입각한 정치적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목회자는 절대 인기에 영합해 발언해서는 안 된다”며 “설교 시간에 특정 정당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설교, 어떻게 할까=한국교회 강단에서 정치적, 또는 사회적 입장을 담은 설교를 전하기는 어렵다. 사회가 너무 복잡해진 데다 세대별로 정치적 견해도 크기 때문이다. 한신대 윤성민(설교학) 박사는 “한국의 정치적 설교는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절대적인 가치를 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사회적 이슈와 세대 집단의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설교는 독일교회를 참조해볼 수 있다. 독일의 설교학에서는 정치와 설교를 분리하지 않는다. 모든 설교는 공적 연설이고 그 시대의 회중과 동행하면서 공개적으로 가르치는 행위이다. 설교에서는 ‘하나님의 당파성’이 강조된다 한다. 윤 박사는 “하나님의 당파성은 죽음과 억압 부패 폭력에 대항하며 인간의 삶과 자유, 치유를 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교회도 새로운 세대의 특징을 고려해 이 같은 정치적 설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교회에서는 목회자 한 개인이 21세기의 복잡한 문제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주교회(Landeskirche) 차원에서 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에서는 신학자뿐 아니라 관련 분야 전문가까지 참석한다. 토론회 결과는 각 교회에 전달되고 목회자들은 이를 설교에 참고한다.

한국교회에서는 이른바 ‘사회적 설교’라는 이름으로 현대 사회의 이슈를 설교화 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해왔다. 주로 전쟁 자살 낙태 안락사 이혼 동성애 재난 등의 굵직한 주제들이다.

정창균 교수는 “사회적 설교는 사회 전반적인 현상이나 흐름에 대해 영적 지도자의 입장에서 목회자가 방향이나 원리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목회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