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8일 사회적 갈등 해소 차원에서 ‘추상적 규범통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박 소장은 이날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 기조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제도는 소송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해당 법률의 위헌성을 따지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소송이 제기된 후에야 위헌 심사가 가능한 구체적 규범통제를 채택하고 있어 추상적 규범통제 제도를 도입하려면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이 제도는 장점도 있지만 문제점도 있다. 갈등의 선제적 해결과 법질서 안정이 기대되는 반면 행정입법 침해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국가가 추상적 규범통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가 이를 도입하려면 사회적 공론화는 필수다. 따라서 지난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박 소장이 지금 왜 이런 화두를 던졌는지를 곱씹어봐야 한다. 그건 바로 우리 사회의 소모적 갈등을 심화시킨 ‘정치 부재’를 말하기 위한 것이다. 즉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하는 데 대한 따끔한 질타다.
국민이 계층, 노사, 지역, 세대 간 다양한 갈등을 겪고 있지만 정치가 사회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로 인해 헌법적 가치가 침해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정치 실종으로 민주주의 가치와 국민 기본권이 훼손되는 사태가 여기저기서 벌어졌다. 헌재에 계류돼 있는 ‘국회선진화법’이나 ‘김영란법’도 그 결과물이다.
정치권이 스스로 바로잡지 못한다면 헌재라도 시대적 소임을 다해야 한다. 헌재는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 보루다. 다수결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은 국회선진화법, 언론·사학 분야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 과잉입법 논란을 부른 김영란법의 위헌성을 하루빨리 가려낼 책무가 있다. 박 소장이 국회선진화법은 19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5월까지, 김영란법은 9월 시행 이전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으니 헌법적 정의가 실현될지 주시하겠다.
[사설] 정치 실종에 憲裁가 소임 다하겠다니 지켜볼 터
입력 2016-03-18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