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입었어도 삶은 계속돼야”… 파리 연쇄테러 현장 ‘라 벨 에퀴프 카페’ 내주 재개장

입력 2016-03-18 21:36
파리 연쇄 테러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2월 레스토랑 ‘라 벨 에퀴프’의 전경. 라 벨 에퀴프 페이스북

아내가 테러범의 총을 맞고 피 흘리며 죽어간 자리, 그레고리 라이벤베르크는 그곳에서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레고리는 지난해 11월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연쇄 테러의 총격 현장 중 한 곳인 파리 11구의 레스토랑 ‘라 벨 에퀴프’를 운영한다. 이곳에선 19명이 테러범들의 총격에 사망했다.

그레고리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저항하는 뜻에서 다시 레스토랑을 열기로 결심하고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그레고리는 카페를 새로 단장하는 데 10만 유로(약 1억3000만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공사를 맡은 건축가 레티티아 파부렐 역시 테러 당시 이곳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다시 저녁을 먹을 자신이 없다”면서 처음에 그레고리의 부탁을 거절했지만 결국엔 받아들였다. 레티티아는 “이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 내가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나 자신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망설인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그레고리는 “우리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삶은 계속돼야 한다”고 동업자 등 다른 사람들을 설득했다.

다음 주에 레스토랑 영업이 다시 시작되면 엄마를 잃은 8살 난 딸도 이곳에 올 것이다. 그레고리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그날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며 “사람들이 이곳을 채워준다면 어떤 기분일지 아직 모르겠다. 행복해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는 복잡한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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