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양수 <12> 세계적 실력 ‘한빛예술단’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

입력 2016-03-20 18:00 수정 2016-03-20 20:37
한빛예술단이 2011년 10월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제6회 정기연주회를 하고 있다.

장애인 예술 활동은 시장논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지탱할 수가 없다. 그래서 사회적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올 1월에 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대상에 공연예술 분야가 처음으로 선정됐다. 각 기관이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중증장애인 생산품에 공연예술이 포함된 것이다. 공연예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빛예술단으로서는 더없이 좋은 소식이다.

한빛예술단은 한빛맹학교 동아리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어엿한 사회적 기업이다. 수익을 창출해 단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다. 한마디로 프로다. 한빛예술단의 음악적 수준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다. 우리 정기연주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감상하러 온 적도 있다.

단원들은 각종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SBS 케이팝스타·스타킹, KBS 열린음악회 등에 출연했다. KBS 문화초대석에서는 한빛예술단이 정기연주회를 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의 의전 연주는 모두 한빛예술단이 했다.

해외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케네디센터와 로스앤젤레스에서 교민초청 무대를 가졌다. 일본·중국·홍콩·베트남·필리핀 등에서 초청 연주회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클래식 음악의 본 고장이랄 수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연해 호평을 얻었다. 올해엔 파독 광부나 간호사를 위로하기 위해 독일 방문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이전에는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고 해외 초청 공연을 하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하나하나 이루어지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다. 우리 단원들은 날마다 예배로 하루를 시작한다. 저마다 독실하기 이를 데 없다. 나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단원들에게 이야기하고 기도를 부탁한다.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더 하나님을 의지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은혜요, 더 많은 축복을 받게 되는 이유다. 돌이켜 보면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가능한 일이 하나도 없었음을 고백한다.

지금도 한빛예술단의 수입이 많은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40∼50여명의 중증장애인에게 최저생계비 이상의 급여를 주려면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우리는 해마다 연초가 되면 걱정을 한다. 단원들에게 월급을 줄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한 해가 지나갈 때쯤 되면 걱정은 감사로 변한다. 지난 한 해 동안 하나님께서 한빛예술단을 통해, 한빛예술단을 위해 하신 일들을 보면 인간이 계획하고 진행하려 해도 절대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적이다. 나는 한빛예술단이 믿음의 공동체로 운영되는 한, 하나님이 철저하게 간섭하시리라 믿는다. “주님 감사합니다. 한빛예술단을 통해 기도하게 하시니, 찬양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