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험업계와 회계학계가 끈질긴 설득 끝에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마련한 보험회계 기준안(IFRS4 2단계)을 일부 변경시키는 데 성공했다.
금융 당국은 IFRS4의 기존 방안을 근거로 2020년까지 42조원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확보하라고 다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17일 “모든 내용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달까지 IFRS4 2단계 도입계획서를 받는 건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뀐 기준안은 국내 보험업계의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 손실과 이익을 소급 산정하도록 한 규정을 시장상황에 맞추고, 개별 보험계약의 손실도 이익이 나는 보험과 묶어서 상계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장지인 회계기준원 원장은 “지난해 4월 방한한 한스 후거보스트 IASB 위원장이 기존 방안대로 강행하겠다는 반응에 당황했었다”며 “낙담하지 않고 보험업계·학계와 함께 국제무대에서 회원국과 실무자들을 설득하며 공감대를 넓혀간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상호부조라는 말을 ‘mutualisation’으로 번역해가며 보험의 본질을 내세운 게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회계기준원은 “IFRS4 기준서 발표가 1년 정도 늦어지고 있어 시행시기를 1∼2년 더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전했다.
보험업계 최대의 위기였던 IFRS4 도입 문제를 집요한 노력으로 해결한 셈이다. 보험업계는 그간 국내에서도 업계 이익을 위해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의료실손보험료의 자율화로 올해 20∼30% 인상했고, 자동차보험도 고가 차량의 렌트비를 줄이고 자차 부담금을 올릴 수 있게 바꾸는 데 성공했다. 숙원이었던 보험사기 특별법 도입도 최근에 이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달리 대기업이 진출해 있고 민원이 많은 업계 특성상 보험업계의 힘이 강한 줄은 평소에도 알고 있었지만 글로벌 스탠더드까지 바꿀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지방 박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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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회계기준안도 바꿔… 보험업계 “파워 봤지?”
입력 2016-03-17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