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쓰러져 사투 벌이던 할아버지 생명 구하고 배회하던 치매 할머니 발견해 귀가 조치”

입력 2016-03-17 21:08
‘행복배달 빨간자전거’ 사업에 참여한 충남 공주우체국 소속 한 집배원이 민원서류를 배달한 뒤 할머니에게 서류 내용을 설명해주는 장면(왼쪽 사진). 집배원이 배달 업무 도중 가로등 전등이 고장난 것을 발견하고 공주시 민원실에 신고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전남 순천시 승주우체국 소속 양승열(51)·임동현(35) 집배원은 지난해 5월 28일 오후 3시20분쯤 차량을 몰고 순천시 주안면 구산리 금곡마을로 우편물을 배달하러 가다 도로 옆 논에서 쓰러져 있던 조모(77)씨를 발견했다. 조씨는 일하러 나왔다가 발을 잘못 디뎌 10m 아래 논으로 굴러 떨어진 상태였다. 허리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조씨는 떨어진 충격으로 몸이 마비돼 움직이지 못했다. 온 힘을 다해 빠져 나오려 했지만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1시간가량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다행히 양씨와 임씨가 발견해 바로 파출소와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원들이 신속히 출동해 조씨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양씨는 “모내기가 끝나 물이 찬 논에 조씨가 간신히 얼굴만 내민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며 “조금만 더 늦게 발견했다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경남 의령우체국 산하 의령가례우체국 강신괴(45) 집배원은 지난해 1월 15일 오전 10시40분쯤 치매를 앓고 있는 심모(92) 할머니가 실종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가족의 요청으로 의령우체국이 관내 집배원들에게 보낸 문자였다. 인상착의를 기억해 뒀던 강씨는 20분 뒤인 오전 11시쯤 수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낯선 할머니를 발견했다. 길을 잃고 배회하던 심 할머니였다. 심 할머니는 전날 밤 의령읍 중동리 집에서 나온 뒤 밤새 헤매다 3㎞가량 떨어진 이곳까지 걸어온 것이었다. 강씨는 의령우체국에 발견 소식을 전했고 할머니를 안전하게 되돌려 보냈다.

충북 서청주우체국 박범영 집배원은 관내에 사는 한 독거노인이 한쪽 눈 실명에 만성위염까지 앓는 상태에서 폐지를 주우며 어렵게 생활한다는 걸 알고 노인복지단체에 알려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집배원들이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을 위기에서 구하고 취약계층에는 복지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등 안전·복지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행복배달 빨간자전거’ 사업을 통해 총 358건의 맞춤형 민원·복지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사업은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집배원들이 독거노인, 장애인 등 사회취약자의 생활 상태나 주민 불편 및 위험사항을 지자체에 제보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챙기는 사업이다. 집배원들의 활약으로 지난해에만 17명이 생명을 구했고, 21건의 화재를 막을 수 있었다.

이 사업은 2013년 공주시와 공주우체국 간 협업으로 첫발을 뗀 뒤 전국 145개 농어촌지역으로 확대됐다. 행자부와 우정본부는 집배원 등 유공자를 선정해 포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