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서울 광진갑)이 결국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자신이 추진하던 야권 통합·연대가 좌초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향후의 정치적 입지 회복을 위한 ‘고육지책’이란 얘기가 나온다. 광진갑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현실화돼 야권 후보의 총선 당선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 상황이라 불출마를 택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17일 발표문을 통해 “당 차원의 야권연대를 성사시키지 못한 데에 스스로 책임을 물어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통합·연대 불가’ 방침에 반발해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한 지 6일 만이다. 김 의원과 행보를 함께 했던 천정배 공동대표는 이틀 전 “현재 당 차원의 수도권 연대는 여의치 않다”며 연대 주장을 철회했다.
불출마 선언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그는 안 대표와 통합·연대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당내 분란을 급격히 키우면서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천 대표가 연대 주장을 접고 당무에 복귀하면서 그의 당내 입지는 좁아졌다. 정치적 위상도 흔들렸다. 안 대표는 그의 선대위원장직 사퇴를 받아들이며 ‘함께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김 의원 측은 “지금이 불출마 선언의 적기”라고 했다. 불출마 외에는 ‘반전카드’가 없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불출마가 처음은 아니다. 2008년 대통합민주신당 현역 의원이었던 그는 “대선 패배 책임을 지겠다”며 18대 총선을 3달여 앞두고 불출마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141명의 당 소속 의원 중 첫 불출마자였다.
하지만 이번 불출마 선언은 때를 놓쳤다는 평가다. 통합·연대 논의 초기가 오히려 ‘적기’ 아니었느냐는 지적이다. 당시 김 의원은 자신의 총선 승리를 염두에 두고 야권 단일화를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런 의심은 더불어민주당이 광진갑 공천을 미루면서 “김 의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 더 짙어졌다. 당시 당 안팎에서 “통합 논의를 진전시키려면 김 의원이 불출마 선언으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지난 14일 더민주는 전혜숙 전 의원을 광진갑 지역에 단수 공천하며 일여다야 구도를 만들었다. 당선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 것이다. 한 당직자는 “낙선하느니 차라리 불출마가 더 낫다고 본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3일 ‘창조적 파괴’를 명분으로 더민주를 탈당했다. 당시 그는 “백지 위에 새로운 정치지도를 그려내야 한다”며 “(더민주의 변화를) 안 대표에게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김 의원은 당분간 당 공식 행사 참석을 자제하고 정국 구상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한다. 탈당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야권의 ‘전략가’로 꼽히는 그는 대선을 앞두고 진행될 야권재편 과정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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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7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