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는 민간 보험사들이 5년간 1조5000억원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4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처치가 늘자 민간 보험사가 보험금을 덜 지급해도 되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국민이 낸 보험료와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민간보험사가 누리는 만큼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건강보험 혜택이 민간 보험사에=김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민간 보험사가 2013∼2017년 1조5244억원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보사연과 건강보험공단연구원은 건보 보장성 강화에 투입된 예산 중 실손보험에 영향을 미친 부분만 분리해 반사이익 규모를 계산했다. 1조5244억원은 2013∼2017년 보장성 강화에 투입되는 11조2590억원의 13.5%다.
의료현장에서 건강보험 덕에 민간보험사가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는 이렇다. 예컨대 자기공명영상(MRI)은 2013년 12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그 전에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MRI를 촬영할 때 본인부담금 40만원 중 32만원을 그 보험사가 냈다. 비급여 치료는 본인이 20%를 내고 나머지는 보험사가 지급한다는 약속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 이후에는 본인부담금이 8만원으로 줄어 보험사도 6만4000원만 지급하면 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25만6000원을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 직접 이익 환원 나서나=보사연 발표는 민간보험사의 반사이익 규모를 정부 차원에서 처음 공식화한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2014년 국정감사에서 같은 기간 반사이익 규모를 2조2000억원대라고 주장했다. 신현웅 보사연 연구기획조정실장은 17일 “1조5244억원은 연령별 의료이용과 실손보험 가입 특성을 반영해 더 객관적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의 교감 아래 진행돼 조만간 정부가 민간보험사 이익 환원에 직접 나서리란 전망도 제기된다.
보사연은 보험사 이익을 환원하는 방식으로 ‘민간보험 가입자 건강검진 지원’을 제시했다. 민간보험사가 가입자들에게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얘기다. 신 실장은 “재정 분담금을 강제로 요구하는 방식보다 반사이익을 자발적으로 공유토록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검진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간보험사들은 “새로운 비급여 치료가 늘고 있어 실제로 지급하는 보험금은 줄지 않았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민간보험사 1조 5000억 ‘반사이익’… 健保 보장성 강화로 실손의료보험 지출 줄어
입력 2016-03-17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