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주요 교단장들이 17일 노숙인들을 찾아가 봉사하며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참의미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가 소속 교단장들과 함께 부활절 맞이 영적 순례의 일환으로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를 찾은 것이다. 이곳은 대한성공회유지재단이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노숙인자활지원센터다.
이날 NCCK 회장인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 이동춘 목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 채영남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 최부옥 목사,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 등은 각자 청소하기 편한 옷차림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매일 밤 노숙인 200여명이 고단한 몸을 누이는 4층과 5층 숙소에서 대청소를 시작했다. 이층침대의 위치를 조금씩 옮기자 바닥에 쌓여있던 머리카락, 담배꽁초, 각종 신문과 종이 조각, 먼지 뭉텅이 등이 보였다. 평소 근엄한 표정과 정돈된 복장으로 예배를 인도하던 교단장들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깨끗하게 쓸어낸 뒤 물걸레로 닦아냈다.
이 목사는 “이분들의 애환을 살피고, 이들을 ‘위하여’가 아니라 함께 더불어 눈물을 닦아주고 섬길 수 있는 예수님의 삶이 저희 가운데에도 있기를 바란다”며 “한국의 모든 교회가 사순절뿐 아니라 1년 365일 어려운 이웃의 손을 잡아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 동역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NCCK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홈리스대책위원회(위원장 함동근 순복음한성교회 목사)를 세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인들을 돕고, 홈리스 시설 직원들의 교육 등을 지원해왔다. 다시서기지원센터 소장이자 홈리스위원회 서기를 맡고 있는 여재훈 성공회 신부는 “사실 우리가 떠올리는 부정적인 모습의 노숙인은 전체의 3∼5%뿐이고 90%는 어떻게든 다시 살려고 노력하는 분들”이라며 “노숙인의 긍정적인 모습을 교회와 우리 사회가 공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 목사는 “누구나 꿈을 성취하며 살아갈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게 해 달라”며 “지도자들부터 자신을 내려놓고 낮은 곳에서 주님을 섬기며 주님의 귀한 사명을 감당하는 목회자들이 되게 해 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숙소 대청소에 이어 저녁 식사 배식을 하고 인근 서울역 희망센터와 중앙지하도 등을 둘러봤다.
한편 이날 구세군은 부활절을 앞두고 해마다 진행해온 ‘건전생활 캠페인’을 서울 광화문 감리교 본부 앞에서 펼쳤다. 박종덕 사령관을 비롯해 서울지역 사관 150여명이 모여 캠페인 시작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가두 홍보전을 펼쳤다.
이 행사는 1909년 3월 구세공보 창간호에 음주와 흡연의 해독을 경고하는 글을 게재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올해로 107년째를 맞았다. 해마다 부활절을 앞두고 서울과 각 지역에서 진행해왔다. 올해는 특히 생명 살리기·나눔 실천·자발적 불편·극기 운동 등을 전개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노숙인 위해 빗자루 잡은 총회장들… NCCK 부활절 순례 일환
입력 2016-03-17 21:14